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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 ‘일본이여, 다시 한번…’日 경제 이끈 父子, 일본병을 파헤치다
日 최대 온라인기업 라쿠텐 CEO
경제학자 부친과 17번의 대담

관료 주도 산업정책 날카로운 비판
혁신·교육 등 경제 쇄신방안 다뤄
‘국채 통한 경기부양’아베정부 평가도
빌 게이츠, 올여름 필독서 추천 눈길



하버드 출신 세계적인 경제학자 미키타니 료이치, 일본 최대의 온라인 기업 라쿠텐 CEO 미키타니 히로시.

경제 이론과 현실경제의 최전선에 선 두 사람, 아버지와 아들이 일본의 미래와 세계 경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아베노믹스의 컨트롤 타워 중 하나인 산업경쟁력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시대착오적인 규제 철폐와 혁신적인 정책제안을 활발히 개진하고 있는 히로시는 일본의 성장전략을 놓고 대중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버지와 함께 책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고베대학 명예교수인 아버지 료이치와 히로시는 2013년 4월부터 7개월동안 17번의 대담을 나눴고 료이치는 그해 11월 타계했다.

긴 대담을 관통하는 주제는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쇄신할 것인가이다. 혁신과 노동유연성, 고비용 구조, 글로벌경쟁력, 교육과 브랜드 등 7개 주제로 나눠 부자는 일본이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 나간다.

대담은 료이치가 경제 이론을 근거로 현실 경제의 문제점을 제시하면 히로시가 경영 일선에서 느낀 문제들을 전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가령 “실질적인 성장은 생산성의 향상이다. 혁신이란 새로운 연결성”이라고 말한 슘페터의 혁신 이론을 통해 창조적 파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히로시는 애플, 삼성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어떻게 혁신활동을 하고 있고 자신이 부딪혔던 일본 경제의 한계는 무엇인지 털어놓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잘 알지 못하는 경제 이론에 대해 아버지에게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의 이해를 함께 높여가는 점도 흥미롭다.

대담은 일본경제가 장기간 스태그네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히로시가 묻는 데서 시작한다.

부자는 무엇보다 관 주도의 산업정책이 민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한다. 특히 히로시는 민간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정부 관료들이 제안한 시나리오대로 돌아가는 모습에 답답해하며, 관료 주도의 국가 자본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료이치는 경제 활성화의 핵심요소로 혁신을 들면서 특히 잘못된 정책이 계속 이어져 경제가 곪는 과거 ‘영국병’같은 ‘일본병’이 생기는건 아닌지 걱정한다. 현재 일본은 자기가 환자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 히로시는 일본병의 주 원인은 경제산업성의 보호정책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일본의 각 산업이 세계적 스탠더드로부터 멀어지는 ‘갈라파고스 증후군’도 이런 보호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즉 일본은 자기만의 독특한 기준과 비관세 장벽을 세워 일본 시장에서 일본 기업만 성공하고 번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외국기업이 일본에 본사를 두는 경향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줄고 있다.

부자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다. 재정 누수 때문에 재정부양책이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실패할 기업이 실패하지 못하도록 해 비즈니스 혁신을 막는 모라토리움 정책 등이 비판에 오른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도 시선을 끌 만하다.


료이치는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데 찬성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이 실제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는지 여부를 판단하는게 재정과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통화정책 전문가인 료이치가 제안하는 1000조엔 부채의 해결방법은 완만한 인플레이션. 경기침체기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출을 할 때 따져봐야 할 사항들도 료이치는 꼼꼼하게 짚어준다.

일본 정부의 고비용 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법도 대담에 올랐다.

관료제에 대한 히로시의 맹폭과는 달리 료이치는 관료제가 전후 재건에 효율적으로 기능했던 점을 평가하며 일본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고려해 관료제를 어떻게 최선의 방식으로 활용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이여, 다시 한번’을 외치는 히로시의 고민은 우리나라 현실과도 다르지 않아 시사점이 적지 않다. 고비용 정부 및 경제구조, 생산성 저하, 고용의 다변화, 국가브랜드 등 저자들이 지적하는 일본의 한계점과 대안들은 저성장시대를 맞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혁신이론, 승수효과, 최적의 인플레이션, 통화ㆍ재정정책 등 경제이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영어 공용화, 방송 주파수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 경매, 인문학 중시 등 히로시의 대담한 제안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많다.

빌 게이츠는 올 여름 경제 경영 필독서로 유일하게 이 책을 추천하면서 “매력적인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는 현명한 시선”이라고 추천사유를 밝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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