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라이프 칼럼] 진품-위작 비교하는 이색기획전
최근 잇따른 미술작품 진위 논란으로 위작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주미술관에서는 10월 9일까지 특별기획전 ‘한국 고미술품, 진짜와 가짜’를 개최하고 있다.

출품된 진품 200여점과 가품 70여점 중 대표적인 진품으로는 ‘흑유삼백엽문매병’, ‘주칠투각의걸이장’, 조선말기의 대가인 오원 장승업의 ‘응시’, 가품으로는 조선시대 대표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석하학가도’, 근대작가 이쾌대의 ‘농악’, 소정 변관식의 ‘산수화’, 이응로의 ‘군상’, 박수근의 ‘귀로’, 이중섭의 ‘가족이야기’, 천경자 ‘길례언니’ 등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특별기획전에 출품된 대부분의 가짜는 김완기 관장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가품이라는 것, 김관장은 7년 전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가짜를 사 모았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취미생활로 가품을 수집한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작품을 수집하면서 겪었던 가짜를 진품으로 속아 구입한 시행착오의 경험담에서 비롯되었다.

수집품의 증가에 비례해 가짜작품의 숫자도 늘어난 것에 크게 상심한 김관장은 처음에는 가품을 버릴 생각이었지만 곧 마음을 바꾸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책이나 이론만으로는 진품과 가품을 구분하는 감식안을 기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정가의 눈보다 예리한 직감을 작동시키려면 축적된 실전경험이 필요했다. 그것은 최대한 많은 진품과 위작을 보고 비교 감상하는 훈련을 쌓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다음은 자신처럼 가짜를 진품으로 속아 사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생겼다. ‘진짜와 가짜’를 비교 감상하는 이색기획전의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전주미술관 특별기획전은 필자에게 2010년 1월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에서 개최된 화제의 전시 ‘경찰청의 위작ㆍ모방품 수사전’을 떠올리게 했다. 전시회에 나온 100여 점의 가짜 조각과 그림은 모두 런던의 경찰청이 적발해 낸 것이었다.

출품작 중에는 스위스 출신 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영국의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의 위작도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 진품임을 밝히는 전문가 서명이 담긴 가짜증명서도 전시되었다. 영국미술관과 경찰이 힘을 모아 위작 전시회를 열었던 사례는 한국미술계와 경찰이 진위논쟁에 휘말려 서로를 불신하고 대립구도를 펼치는 현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위작감정가 토머스 호빙은 “미술전문가는 대부분 위작을 알아보지도 못하거나 미술관 내부의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위작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미술의 역사는 곧 미술품 위조의 역사”라고 말했다. 호빙은 위작 전시회가 필요한 이유를 대신 설명해주었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