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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 못보던 예술작품, 과천서 화려한 외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이전 30주년 특별전
작가 300명 소장품 등 560여 작품 전시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이 과천 이전 3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전을 개최했다. 1979년 덕수궁에서 문을 연 국현이 1986년 과천으로 신축 이전한 후 30년 간 성과를 보여주는 전시다. 내년 2월 12일까지 이어진다.

국현 소장품은 총 7840여점(2016년 8월 기준). 이 중 과천관이 수집해 온 작품은 전체 소장품의 74%인 5834여점이다. 전시에 나온 건 작가 300여명(팀)의 작품 560여점이다. 소장품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빛 못 보던 작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거다.


전시는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는 주제로 작품의 생명주기를 조명했다. 본 전시는 ‘해석(1부 확장, 2부 관계)’, ‘순환(1부 이면, 2부 이후)’, ‘발견’까지 세 가지 섹션으로 구분했다. 전시를 위해 국현 학예사 9명과 아키비스트 1명, 여기에 작가 등 7명의 외부 협력 인원들이 동원됐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사를 아우르는 많은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학예사들이 구분한 전시 맥락은 표피적이거나 혹은 관념적이다.

예를 들어 ‘해석 2부 : 관계’ 섹션의 경우, 두 개의 작품을 한 쌍으로 배치해 비교하도록 했는데, 내용과 형식이 다소 뻔하다. 특히 채용신의 ‘전우 초상화’(1911)와 육명심의 ‘문인시리즈-이외수’(2007/2008)를 한 자리에 놓은 것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단지 작품 속 인물이 닮았다는 이유 외에는 미술사적 맥락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시 맵을 지워버린다면, 미술관에서 반나절을 다 써도 모자랄만큼 꼼꼼히 훑어볼 작품들이 많다. 소정 변관식의 ‘농촌의 만추’(1967),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1960), 박서보의 ‘묘법 No. 43-78-79-81’(1981)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근ㆍ현대 작가들의 회화는 물론, 1960~1970년대 공공미술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민족기록화’가 여러 점 걸린 것도 이채롭다.

소장 후 오래도록 전시되지 못했던 작품들도 다시 볼 수 있다. 이기봉의 ‘날 것’(2016)은 현재의 작가가 과거의 작품을 또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한 설치 작품이고, 코디 최의 ‘생각하는 사람’(1996)이나 김영진이 ‘잭키의 그네’(2006) 등도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반가운 작품들이다. 정연두의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2007/2009) 같은 경우 2007년 국현에서 전시됐으나 이후 폐기됐다가 2009년 삼성미술관 리움의 요청으로 재제작돼 현재에 이르렀다. 제작 뿐만 아니라, 보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한편 소장품 전시를 대대적인 특별전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국내 유일의 국립 현대미술관에 상설전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킨다. 해외 유수의 국립미술관들이 상설 전시에서 굵직한 소장품들을 보여주고,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끌어모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관람객이 붐비는 여름 방학 기간, 국현 서울관에서 볼 수 있는 전시는 ‘질 바비에’전과 ‘젊은 건축가전’ 두 개 뿐이었다. 강승완 학예연구실장은 “내년 쯤 미술관 3곳 중 1곳 일부를 상설전으로 운영할 계획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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