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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함을 먹다 ‘푸드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사진ㆍ동영상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는 화려한 음식 사진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못생겨도 영양이 풍부한 식품들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점차 인기를 얻어나가고 있다.

▶푸드스타그램에 열을 올리는 밀레니얼 세대들=국립국어원은 2014년 ‘먹스타그램’을 새 낱말 중 하나로 선정했다. ‘먹스타그램’은 ‘먹다’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로 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외국에서는 ‘푸드스타그램(foodstagram)’이라고 부른다.

광고회사 하바스 월드와이드가 조사한바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생) 대다수는 자신이 ‘식도락가(foodie)’라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면서 먹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SNS로 공유하는데 열을 올린다.

젊은 사람들로부터 음식 사진이 인기를 끌자, 보기 좋은 음식들의 가치도 올라가고 있다. 맛이 어떻든 찜요리보다는 레인보우 베이글처럼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음식들이 SNS에서 화제가 된다.

형형색색 레인보우 베이글은 평범한 베이글에 비해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레인보우 베이글을 사기 위해 사람들은 몇 시간이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와관련 최근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음식의 모양도 음식의 중요한 일부지만 조금 지나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들어 갖가지 토핑을 얹은 블랙탭의 밀크셰이크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만 보면 멋지다. 하지만 과한 토핑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선뜻 사먹기는 부담스럽다.

여러장의 패티 위에 치즈를 잔뜩 얹은 칼로리 폭탄 버거 등도 SNS에서 인기지만 실제로 만들어먹거나 사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푸드스타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완벽한 음식 사진을 찍는 법 등을 소개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푸드블로거 헬렌 이(yee)는 음식 사진을 찍을 때 자연광을 이용하고 플래시를 터트리지말라고 조언했다.

반면 일부 셰프들은 푸드스타그램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손님들이 테이블 위에 삼각대까지 세워놓고 플래시를 터트려가며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 때 조명이 너무 어둡다며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구하는 손님들도 있다.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 중에는 음식 사진 찍기를 금지하는 곳도 있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은 보지 않고 사진만 찍어대는 관람객과 다를바가 없다는 이유에 따른 것이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셰프 데이비드 블레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6분에 한번씩 플래시가 터지는데 손님들이 어떻게 기억에 남을만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못생긴 음식이 각광을 받을 차례=인스타그램에서 반드시 예쁘고 화려한 음식들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 다리처럼 아랫부분이 갈라진 당근, 울퉁불퉁한 딸기, 얼굴 모양으로 작은 흠집이 난 사과 등 기형 과일ㆍ채소 사진을 올리는 ‘어글리 과일ㆍ채소(ugly fruit and veg)’라는 페이지도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다.

이 페이지는 “전세계적으로 생산되는 과일ㆍ채소 20~40%는 모양이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지지만, 인구 8억명은 여전히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며 못생긴 과일ㆍ채소 구매를 장려한다.

미국의 유기농 식품매장인 홀푸드 역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색이 변하거나, 모양이 이상하게 생긴 과일ㆍ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음식 모양을 중시하는 트렌드는 오래가지 못하겠지만, 식품 본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망은 늘고 있다”며 “이제 못생긴 음식들이 각광을 받을 차례”라고 전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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