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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전 해외출전 경주馬에 돌연 세금…일본ㆍ홍콩 ㆍUAE 등 해외 국제관례상 면세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과세당국이 3년 전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경주마에 돌연관세를 부과해 관련 업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제관례상 경주 참가를 위해 오가는 말에 세금을 붙이는 일자체가 유례가 없다고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지난 3월께 안양세관을 비롯한일선 세관들은 국제경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거나 한국으로 들어온 승마ㆍ경마용 말 20여 마리에 대해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추징하기로 결정했다.

마사회와 대한체육회 등이 고지받은 추징세액은 총 7억4000만원에 달한다.

지난 수년 간 세관은 “박람회·전시회·품평회나 이에 준하는 행사”에 출품하거나 사용하는 물품은 재수출·재수입시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관세법 조항을 적용,경주마들에 면세 혜택을 부여해왔다.

그러다 갑자기 법률 해석이 잘못됐다며 2013∼2015년 면세로 통관했던 말들에까지 세금을 물리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심지어 올림픽 예선 참가를 앞두고 해외 훈련을 다녀온 말에도 세금이 붙었다. 2014년 미국에서 영구수입돼 경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는 경주마 ‘천구’는 해외출전이 잦다 보니 관세만 4차례 내게 됐다. 수입 한번에 내는 관ㆍ부가세(관세+부가세)는 말 가격의 20%에 이른다. 천구는 거의 몸값의 80%에 해당하는 돈을 세금으로 물게 된 셈이다.

마사회 등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관세청과 상급기관인 기재부에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경마대회와 같은 스포츠행사는 관세법령이 규정한 면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마사회는 안양세관과 인천세관, 전주세관이 경주마에 관·부가세 7억4000여만원을 추징한 것이 부당하다며 관세청에 과세전적부심을 요청했다.

또 올해 초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에 참가했다가 2600만원의 ‘세금 폭탄’을 맞은 말 2마리에 대해서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관세청은 법령상 불명확한 조항을 근거로 면세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과 같은 국제경기대회에 출전하는 경우나 ‘직업용구’에 해당하는 경우 면세 혜택을 볼 수 있는 다른 근거조항이 있는 만큼 앞으로는 이에 따라 면세를 신청하라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감면조항에 따라 각국 상공회의소가 발급하는 ‘카르네(ATA carnet·무관세 임시통관증서 역할을 하는 상품여권 성격의 증서)’를 받아 세관에 내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제관례상 경주 참가를 위해 오가는 말에 세금을 붙이는 일자체가 유례가 없다는 불만섞인 지적이 나온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일본은 국제 운동경기나 국제회의 등 행사를 위해 들여왔다가 다시 해외로 나가는 물건에 세금을 붙이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경주마에도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고 면세통관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 홍콩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 관세청의 설명처럼 면세를 위해 관련 서류를 갖추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는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관세청은 카르네 제출을 요구하지만, 애초 경주마에 관세를 매기지 않는 상대국에서 이같은 카르네를 발행해준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난감해 한다는 것이다. 카르네 발급신청이 이뤄진다 해도 경주마 값의 50% 이상을 보증료로 요구하는 국가(UAE·홍콩 등) 들이 많다. 1억원짜리 말을 대회에 참가시키려면 현금 5000만원을 맡겨야 한다.

보증료를 내려고 해도 문제가 남는다. 한국 회계제도는 수입한 지 5년 정도 지난 경주마를 장부상 ‘1000원’으로 보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 산출을 위한 객관적 기준마저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 면세를 위해 카르네가 필요하다고 외국 측에 요청하면 ‘한국 정부가 무리하게 세금을 많이 걷으려고 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일도 있어 창피할 정도”라고 전했다.

마사회 유승호 국제경주추진TF 팀장은 “경마 국제경주대회는 각국에서 생산한 말들의 품평회 성격도 있다. 자국산 말의 가치를 인정받아 수출 길을 열 기회”라며 경주마에 면세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팀장은 “올 초 두바이 대회에서 한국산 말이 좋은 성적을 거둬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며 “우리나라가 연간 경주마와 번식마를 200억원 규모로 수입하는데 앞으로 역수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국제대회 참가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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