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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청기·이어폰도 폭발물 취급 받을 수도…내년부터 안전인증 대상
-웨어러블기기 업체들 “손톱밑 가시 뺀다더니 도로 박는 꼴…창조경제 역행”



내년부터 웨어러블기기 내장 소용량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새로운 안전규정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과잉규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전자담배 배터리 폭발사고에서 비롯된 규제가 애꿎은 웨어러블기기 전체로 확산된 것이다. 
소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핸즈프리 장치(왼쪽)와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소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핸즈프리 장치(왼쪽)와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2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4월 1일 소용량 리튬이온 배터리(에너지밀도 400Wh/L 이하)를 안전성 인증 대상으로 포함시킨 고시를 발령했다.

이전에는 1000㎃ 이상 리튬이온 배터리 가운데 에너지밀도가 400Wh/L 이하인 배터리는 안전성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소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는 폭발 등 안전사고의 위험요소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규제 도입의 도화선이 된 것은 일부 전자담배의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사고. 국표원은 “전자담배 배터리 폭발사고는 보호회로 미장착 등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며 “인명사고 방지를 위해 사람이 휴대하는 전자담배, 소형 가전제품, 무선통신기기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만을 안전관리 대상으로 한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엉뚱한 화살을 맞게 된 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전자담배 외의 제품에선 안전사고가 발생한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폭발사고를 일으킨 전자담배의 배터리도 과잉충전 방지회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폭발한 것이지 배터리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업계의 반발이 계속되자 국표원은 새 고시 시행을 올 연말(12월 31일)까지 유예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규제가 시행되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인증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비용이 많게는 600만원까지 들어가는데, 이는 웨어러블기기 시장 진출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는 엄청난 부담”이라며 “소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낮기 때문에 폭발의 위험이 없으므로 새로운 규제는 과잉규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십여년 간 세계적으로 소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웨어러블기기가 수 십억개나 팔렸는데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다. 폭발이 있든 없든 배터리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서, 샘플 몇개를 시험하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국표원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소형 배터리 시험인증을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기표원 측은 “유럽 등 다른 국가는 에너지밀도와 무관하게 휴대용 전기용품 또는 무선통신기기에 사용되는 리튬이차전지를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기준을 국제기준과 일치시켰다”고 설명했다.

업계측 의견은 국표원과 다르다. 에너지밀도 400Wh/L이하 충전지에 대한 안전인증을 별도로 요구하는 국가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안전인증 자체가 비강제 규격이며, 일본에선 400Wh/L이상의 배터리에 대해서만 별도 안전인증을 요구한다고. 유럽은 국제전기기기인증제도(IECEE) CB인증서를 받은 제품에는 별도의 안전인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 업계는 이런 규제야말로 ‘손톱밑 가시’를 빼주려는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기조에 반하는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앞의 관계자는 “새로운 규제는 CB인증서를 받은 제품에는 이에 대한 시험을 면제해주기 때문에 전체 비용에서 60%의 비용을 절감하고 인증기간을 단축해준다고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개발비용 외 인증비용 자체가 엄청난 부담인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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