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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살 ‘꼬꼬마’ 요정의 꿈…손연재, 리우서 날아 오른다
19일 오후 리듬체조 예선 출전
런던올림픽 5위…“이번엔 메달”
다리 핀 회전동작 난도점수 높여



리듬체조를 처음 시작한 건 다섯살 때였다. 집 근처에 있는 한 대학교의 문화강좌 이름이 엄마 윤현숙 씨의 눈에 들어왔다. 분명 리듬체조 강좌였지만 윤씨는 ‘무용’ 수업으로 착각했다. 이제 다섯살 된 딸을 뭘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은 애초에 없었다. 그저 하나 있는 딸, 예쁘게 키우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딸의 재능이 금세 도드라졌다. 어린 나이인데도 근성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중학교 1년 때 이미 적수가 없었다. 흥미를 잃고 연습장 발길을 끊었다. 하지만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주니어월드컵이 인생을 바꿨다. 생애 첫 국제대회에서 5위를 차지하며 체조계를 놀라게 한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이거구나 싶었어요! 막 가슴이 설레면서 내가 할 일을 찾은 기분? 처음으로 세계에서 1등을 해보자는 목표가 생겼죠.”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가 17일 오후(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애슬리트 파크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리우=박해묵기자/mook@heraldcorp.com

‘악바리 소녀’가 마침내 리우 하늘을 날아 오른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가 생애 두번째 올림픽에 나선다. 19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10시 20분 참가 선수 26명 가운데 10번째로 개인종합 예선에 출전한다. 상위 10위 안에 들면 21일 오전 4시 59분부터 개인종합 결선 무대에 오른다. 손연재는 4년 전 첫 올림픽에선 5위로 선전했다. 이번 목표는 메달이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리듬체조 첫 메달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리듬체조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손연재가 리우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준비한다.

손연재는 올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첫 월드컵 대회인 에스포(73.550점)를 시작으로 리스본(72.300점), 페사로(73.900점), 소피아(74.200점), 과달라하라(74.650점)에 이어 마지막 카잔(74.900점) 월드컵까지 거의 매 대회 최고점을 경신했다. 기술 부분도 보완했다. 장기인 ‘포에테 피봇’(한쪽 다리를 들고 제자리서 회전) 동작에서 구부렸던 오른쪽 다리를 쭉 편 채 회전하는 걸로 난도를 높였다. 한 바퀴 당 0.1점이던 가점이 0.2점으로 높아졌다. 회전수도 후프, 곤봉, 볼, 리본 등 4종목 모두 10바퀴 이상으로 늘렸다. 수구를 다루면서 8초 이상 걷는 ‘댄싱 스텝’도 추가해 화려한 느낌을 더했다. 1분30초 동안 빼곡하게 짜여진 연기를 소화하고 완벽하게 수구를 다루기 위해선 체력이 뒷받침돼야 했다. 연습량의 상당 부분을 체력 훈련에 집중한 이유다.

강력한 우승후보는 마르가리타 마문과 세계선수권 3연패를 이룬 ‘최강자’ 야나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다. 세계랭킹 1,2위다. 이들이 사실상 금·은메달을 나눠가질 전망이다. 손연재는 동메달에 도전한다. 쉽진 않다. 세계랭킹 5위 손연재 앞에 4위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가 있다. 세계 6위 멜리티나 스타뉴타(벨라루스)도 강력한 경쟁자다. 특히 리자트디노바는 ‘리듬체조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정확하고 선 굵은 연기가 특징이다. 올시즌 개인종합 최고점도 75.150점으로 손연재(74.900점)를 앞선다. 함께 출전한 5차례 월드컵서 리자트디노바가 4승1패로 손연재를 이겼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에선 긴장감이 불러온 작은 실수 하나로 메달 색깔이 바뀐다. 누가 가장 기복없이, 실수를 최소화하며 4종목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느냐에 달렸다.

리우에 입성하기 전 자신의 SNS에 ‘지금까지 정말 참 잘 왔다, 꼬꼬마’라는 글을 올려 결의를 다진 손연재는 “두번째 올림픽이라고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후회 없는 경기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마인드콘트롤 방법에 대해 “그런 건 따로 없다. 들어가기 전부터 계속 ‘실수 안할 거야. 잘 할 거야’라고 하고, 경기하는 1분30초 동안에도 계속 말한다. ‘끝까지 힘빼면 안돼. 조금만 더 힘내. 할 수 있어.’”라고 했다. 요정이 되뇌는 ‘긍정의 주문’이 메달의 영광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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