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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워킹맘 존중 문화…여성고용 높인다
‘3억896만원’

자녀 한명을 낳아 대학까지 교육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지난해 직장인 평균연봉 3281만원으로, 10년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가능한 금액이다. 2명이라도 낳았다간 부부가 직장생활로 번 돈의 대부분을 양육비로 써야하니, 누가 선뜻 아이를 낳겠는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2가지다. 하나는 양육비를 줄이는 비용절감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의 총소득을 늘리는 소득증대 정책이다. 전자(양육비 절감)에는 사교육 억제가 불가피하나, 백약이 무효하다는 것이 이미 수차례 증명됐다. 후자(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거나, 일을 하지 않는 여성 근로자도 원할 경우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의 여건을 감안하면 임금 인상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여성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저출산 문제의 근본 해결책 중 하나다.

실제로 노동연구원 조사 결과, 여성고용률과 출산율은 정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OECD 국가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출산율이 높은 스웨덴·네덜란드·영국·미국 등 상당수 선진국의 25~54세 여성고용률이 우리보다 약 20%포인트 높았다.

우리나라 여성고용률은 현재 54.9%(2014년)로, OECD 평균(61.1%)보다 6.2%포인트 낮다. 순위는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하던 1996년 당시 33개국 중 23위(51.1%)였지만, 2014년에는 26위(54.9%)로 하락했다. 1996년부터 우리나라 여성고용률이 꾸준히 오르긴 했으나, 다른 국가들의 여성고용률이 더 많이 상승해 순위는 하락한 것이다.

기업별로는 규모가 작을수록 여직원이 적었다. 2015년 매출액 600대 상장사의 규모별 여직원 비율은 중소기업 15.3%, 대기업 21.8%였다.

우리나라 여성고용률이 낮은 이유 중의 하나는 사회ㆍ가정ㆍ직장 내에서 워킹맘을 존중하는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가족문화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일ㆍ가정양립 지표’를 보면,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3시간 14분이었으나, 남성은 40분으로, 약 4배 차이였다.

부부가 함께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퇴근 후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몫인 셈이다. 육아휴직자 현황에서도 여성은 7만여명인 반면, 남성은 3000여명으로 22배 차이였다. 여성이 가사와 양육을 모두 책임지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여성고용률이 오를수록 여성의 가사ㆍ양육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도입되어 있는 일ㆍ가정양립 제도를 현장에서 눈치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직장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 자녀출산 관련 총 유급휴가기간(출산휴가+육아휴직)은 우리나라가 65주로 OECD 34개국 중 8번째로 길다. 다만, 이처럼 잘 마련돼 있는 제도를 활용하는데 직장 상사나 동료의 눈치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서로의 이해가 필요하다.

국가의 노동력을 가늠하는 중요 지표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올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줄어든다.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우수 여성인력이 출산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기업의 여성인재 활용 측면에서라도 맞벌이 부부를 배려하는 사회, 남성의 가사ㆍ육아 참여, 눈치 보지 않는 직장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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