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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로-허황옥의 2000년전 사랑, 韓-인도 우정으로 부활
[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경남 김해시 서상동에 있는 가야(가락) 김수로왕릉에 가면 쌍어문(雙魚門) 부터 만나게 된다.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한 두 마리 물고기가 한 곳을 향해 가는 모습을 담은 문양의 왕릉 정문이다.

‘가락’, ‘가야’는 인도 산스크리트어로 ‘물고기’를 뜻한다. 물고기는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이 세운 나라를 상징하는 것이다. ‘수로’라는 말도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통치자’ 또는 ‘영웅’을 의미한다고 한다.

한마리의 물고기는 동방의 해뜨는 나라와 김수로왕이고, 다른 한마리는 인도 출신 허황옥(許黃玉) 왕후이다. 설화에 의하면, 가야의 정체성은 ‘인도(India)’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삼국유사 가락국기 등에 따르면, 허황옥(許黃玉)은 B.C. 5, 6세기 무렵 부터 A.D. 1세기까지 인도 북부 아요디아(Ayodhya) 일대에 있던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였다. 1세기 중반 배를 타고 가락국으로 건너와 열여섯의 나이에 김수로왕과 결혼했다고 전해진다. 설화는 허 왕후 선왕 부부의 꿈에 옥황상제가 허황옥의 배필로 동방의 김수로왕을 점지함에 따라 동방으로 건너왔다고 전한다.

▶드라마 ‘김수로’의 허황옥

일부 역사학자들은 허황옥 공주가 가야로 떠나기 전 아유타국이 다른 세력에 정벌 당했고 아유타국 왕실와 유민이 태국 아요타지방 또는 중국 서부 일대에 새로운 정착지를 건설했음을 들어, 허황옥 일행이 태국 또는 사천성에서 출발해 유랑끝에, 가야와 교역하던 인도 상단의 주선으로 김해에 입항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기나긴 항해를 했다는 점에서는 인도양-동남아를 거친 것으로 보이지만, 그녀의 배에 실린 물건이나 허왕후가 전한 풍습은 사천성쪽의 것이 적지 않다.

어쨋든 한국과 인도 왕실간 국제결혼이라는 점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인도 아요디아시에 있는 허황옥 기념공원 제막행사(2000년)

김해시가 아요디아시와 자매결연을 맺던 2000년, 허왕후의 후손인 김해김씨, 김해허씨, 양천허씨, 인천이씨(허황후 후손인데, 모계 성씨 세습에서 나중에 부계로 넘어간 케이스)가 기부금을 내 한국어, 영어, 힌두어로 된 허황옥 기념비를 현지에 세웠다.

이듬해에는 아요디아시를 관할하는 우타르프라데시(Uttar Pradesh) 주가 이 도시를 관통하는 갠지스 강 지류인 ‘사류(Saryu)’강변 2430㎡의 부지를 흔쾌히 제공하고, 경남시와 허왕후 후손들이 힘을 합쳐 기념공원을 조성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뒤 양국의 정상이 이 공원을 좀 더 키우자고 합의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인도 모디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인도는 공사비 90억원을 대고, 한국 정부는 디자인 감리를 맡기로 했다.

양국 문화와 역사에 밝은 예술가, 건축가들이 사업을 맡을 것 같다. 오는 9월23일까지 어떻게 멋지게 만들지 문체부에 제안하면 된다.

김수로왕은 허왕후를 각별히 사랑한 것으로 보인다. 김해 최고 명당인 만장대에 자리잡은 해은사는 허왕후와 그의 오빠인 장유화상이 가야까지 무사히 항해할 수 있도록 풍랑을 막아준 용왕님께 감사하는 뜻에서 창건한 사찰이다. 해은사에는 다른 사찰에서 찾아볼수 없는 대왕전이라는 전각이 있는데, 대왕은 수로왕을 의미하며, 전각 내부에 수로왕과 허황후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다.

2000년전 국경을 초월한 두 사람의 사랑이 이제 세계2위 인구를 보유한 인도와 지구상 가장 빠른 발전 속도를 자랑하는 한국 간 더 큰 우정으로 부활할 조짐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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