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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F1회장 장모 납치…납치ㆍ살인의 피해자가 된 ‘슈퍼리치’의 가족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김세리 학생기자] 올림픽 개막을 앞둔 브라질에서 얼마전, 모터스포츠의 대명사인 F1(포뮬러원) 그룹 버니 에클레스톤(85) 회장의 장모가 괴한에 납치되는 일이 발생했었다. 다행히 납치되었던 장모는 브라질 경찰에 의해 이틀만에 무사히 구출되었지만, 자산 32억달러(한화 3조5000억원)를 보유한 거부의 가족이, 그것도 올림픽 코 앞에 둔 나라에서 납치되었다는 사실에 서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납치나 유괴 등 사람 목숨을 담보로 돈을 요구하는 흉악 범죄는 세계 각국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특히나 큰 몸값을 요구할 수 있는 유명인사나 부자의 가족들을 상대로 벌이는 거액의 납치사건들은 새로운 법이나 사회적 용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갖는다. 유명한 사업가부터, 세계적인 팝스타, 거액의 로또 당첨자까지 돈이 많은 사람들의 주변에선 이같은 납치 사건이 꾸준히 발생해왔다.

그 가운데 서구 사회를 가장 놀라게 했던 6건의 납치 사건들을 보면 정체가 탄로난 범죄자들 사이에서 공통된 특징 몇가지가 발견된다. 먼저 이민자 출신이거나 거대한 마피아 조직, 과격 무장단체 등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범죄를 ‘전문적으로’ 조직한다는 점이다. 혹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20대 초반의 학창시절 친구들끼리 사건을 꾸민 경우도 있다.

1. 미국 유명 비행사의 20개월짜리 아들 납치사건 

찰스 린드버그 아들

세계 최초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스타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1902-1974). 1932년 그의 아들이 납치됐을 때는 아이 나이 고작 20개월 때였다. 집 안 유아용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고 곧 엄청난 액수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린드버그는 돈을 지불했지만 아이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같은 해 5월 트럭 운전수의 제보에 의해 살해된 채 버려진 린드버그 아이 시체가 발견됐는데, 독일 출신의 이민자 하우프트만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3년 뒤 그는 유죄가 입증돼 전기 사형을 받았다.

당시 사건은 스타 비행사의 자녀 유괴ᆞ살인사건으로 큰 이슈를 낳았다. 특히 수사 과정 중 경찰의 허술한 수사가 탄로나 미국 언론과 시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사건은 곧 ‘린드버그 법’을 낳아 미국사회에서 어린이 유괴범에게 사형제도를 집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연방 당국이 주 경찰수사권에 개입할 수도 있게 됐다. 이후 생겨난 ‘린드버그 신드롬’이란 유명인 가족을 납치해 주목 받으려는 범죄자 심리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2. 로또 당첨자 부부의 8살 난 아들 ‘엽기’ 납치ᆞ살인사건 

프레다-바실 쏜 부부의 아들 그레엄 쏜

일반인 부부의 8살 난 자녀도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1960년 7월, 호주의 프레다-바실 쏜 부부는 10만달러, 지금 우리 돈으로 9억2000만원의 가치를 갖는 로또에 당첨됐다. 당시 호주는 로또 당첨자의 실명을 신문에 기재했는데, 이 신문 한켠에 실린 부부의 이름이 유괴 범죄의 단초가 됐다.

등교길에 부부의 아이를 유괴한 범죄자는 곧바로 협박 전화를 걸어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 연락은 계속 이어졌지만 당일 밤 10시쯤,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한달 뒤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시체 일부가 시드니와 쏜 부부의 집에서 멀지 않은 한 가정집에서 동시에 발견됐다. 엽기 살인을 저지른 장본인은 헝가리 이민자인 스티븐 브래들리였다. 사건 직후, 호주 정부는 모든 신문에서 로또 당첨자의 이름을 빼도록 지시했다.

3. 누나의 친구들에게 납치 당한 美 팝스타 프랭크 시나트라 아들

젊은 시절 프랭크 시나트라 부자와 70대가 된 프랭크 시나트라 주니어(오른쪽)

20세기 미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나트라(1915-1998). 그의 아들 프랭크 시나트라 주니어도 아버지와 함께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팝스타로 명성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그가 유명인사가 된 것은 다름아닌 십대시절 일어난 납치사건 때문이다.

1963년 19살이던 그는 네바다 타호 호수 근처의 한 호텔에서 유괴를 당했다. 범인은 바로 시나트라 주니어와 4살 터울인 누나 낸시 시나트라의 학급친구 3명이었다. 그는 납치된 지 이틀만에 24만달러의 몸값을 주고 무사히 풀려났다. 당시 24만달러의 가치는 현재 기준 190만달러, 무려 22억원에 해당된다. 하지만 그 당시 항간에서는 3명의 범죄자들이 금방 풀려난 것, 시나트라 주니어가 사건이 있은 직후 얼마 안 돼 가수로 데뷔한 것 등을 이유로 그를 스타덤에 올리기 위한 ‘조작’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올 3월 향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프랭크 시나트라 주니어의 생전 자산은 5000만달러(555억원)로 평가되고 있다.

4. ’구두쇠‘ 할아버지의 비정함 때문에…평생을 지독한 후유증에 살다 간 존 폴 게티 3세

존 폴 게티 주니어의 십대 시절(왼쪽)과 50대 때 사진

5개월간 마피아 조직에 납치됐다가 한쪽 귀가 잘린 채로 풀려난 재벌가 아들도 있다. 게티 오일, 게티 이미지뱅크, 게티 박물관 등을 보유한 석유재벌 게티 가(家) 3세가 그 주인공이다.

1973년 당시 16세였던 게티 3세 존 폴 게티 주니어는 로마에서 이탈리아 범죄 조직 ‘은드란게타’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 아버지인 게티 2세는 존 폴 게티 1세에게 1700만달러에 달하는 합의금을 달라고 애원했으나 거절당했다. 납치범들은 “억만장자가 돈이 없다는 것은 우리를 조롱하는 것”이라며 게티 주니어의 한쪽 귀를 잘라 우편으로 보냈다. 그리고 몸값으로 320만달러를 다시 요구하면서 열흘 안에 돈을 보내지 않는다면 다른 신체 부위를 잘라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마음이 흔들린 그의 할아버지, 게티 1세가 요구를 승낙했다. 하지만 그가 내민 돈은 220만달러가 전부였다. 당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이 바로 220만달러였기 때문. 아버지의 오일 컴퍼니에서 월급쟁이로 일하고 있던 게티 2세는 어쩔 수 없이 연이자 4%에 80만달러의 대출을 받고 아들을 구출해냈다.

그러나 납치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3세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젊은 나이에 시력을 잃고 반신불수가 되었다. 결국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하며 정신적 고통에 휩싸여 살다가 2011년 5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5. ‘스톡홀롬 신드롬’에 굴복한 미디어 재벌 허스트 가 손녀, 패티 허스트

젊은 시절(왼쪽)과 어른이 된 후 패티 허스트

언론계 거물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손녀 패티 허스트도 납치를 당했다. 허스트 가는 미국 부자 10대 가문에 들어가는 미디어 재벌그룹이다. 우리나라에선 중앙일보와 합작해 허스트중앙 코스모폴리탄이란 이름으로 잡지를 발간하고 있다.

1974년 19살이던 패티 허스트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좌익 과격단체 심바이어니즈로부터 납치를 당했다. 하지만 희한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주 극한 상황에서 강자의 논리에 의해 약자가 동화된다는 ‘스톡홀롬 신드롬’이 그녀에게 일어난 것이다. 납치범들 편에 서서 은행 강도 등 1년간 범죄를 일삼던 그는 1975년 FBI에 체포되며 범죄자들로부터 벗어났다. 은행 강도 혐의 등 35년의 징역형이 내려졌지만, 22개월만 복역하고 풀려났다.

6. 카지노 거물 스티브 윈의 딸 납치ᆞ협박사건

캐빈 윈(오른쪽)

카지노 거물 스티브 윈의 맏딸 캐빈 윈은 1993년 자택 부엌에서 복면을 쓴 두 명의 괴한에게 납치당했다. 당시 그의 나이 26세였다. 괴한들은 무작위로 사진을 찍고, 스티브 윈에게 몸값을 내놓지 않을 경우 사진을 언론에 노출하겠다고 협박했다. 윈은 현금 145만달러를 지불하고 안전하게 돌아왔다. 범인들은 받은 돈으로 페라리를 구매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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