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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메신저 위챗 ‘범죄온상’ 전락
“비행기값·수고비 줄테니
중국에 소포 전달해 달라”
성형수술용 전문의약품 등
유학생 꼬드겨 운송 유혹
경찰도 일부 카페 내사착수



[헤럴드경제]“대화 내용은 삭제하면 그만이니까요. ” 중국인 유학생 용모(22) 씨는 최근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서 밀수출 제안을 받았다. ‘방학 중 중국에 다녀올 수 있는 비행기 값과 수고비를 줄 테니 소포를 중국에 전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안전하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물건 배달 제안을 받은 것은 용 씨 뿐만이 아니었다. 주위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비슷한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용 씨는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낯선 사람이 준 위챗 카페 주소에 들어갔다. 카페 안에는 ‘각종 성형수술용 전문의약품을 배달해 준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가득했다. 중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이른바 ‘약 배달’ 아르바이트였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처럼 위챗을 이용한 범죄가 만연한 상태지만, 단속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기업이 만든 메신저인 위챗은 회원 수만 10억명이 넘는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경찰이 중국 내에서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이 악용돼 범죄 수단으로까지 쓰이고 있다. 위챗으로전문의약품 불법 유통이나 보이스피싱을 위해 한국 내 중국 유학생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위챗 카페 안에서는 관련 업자들이 각종 전문의약품을 광고하고 있었다. 미용에 쓰인다는 비타민 주사부터 성형 시술용 필러, 보톡스 주사까지 국내에서는 의사와 약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유통할 수 없는 제품들이다. 상품 설명에는 태극기까지 붙여놓고 한국산 제품임을 강조했다.

제품 판매자는 운반책을 모집하기 위해 한국 내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하며 “시세보다 싼 값에 전문의약품을 살 수 있다”고 광고했다. 판매자에 직접 전화를 걸어보니 유창한 한국말과 함께 자신을 정식 무역업자라고 소개했다.

판매자는 서울 영등포구의 업체 주소까지 말하며 필러 등 전문의약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학생들이 일을 도와줘 운송비를 아낀 것”이라며 “불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매자가 소개했던 해당 주소에 실제 찾아가 봤지만, 건물은 비어있는 상태였다

중국인 유학생을 모집한다는 해당 카페는 현재 회원 수가 500명에 달한다. 이를 인지한 경찰도 현재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아직 정식 수사 단계는 아니지만, 제보를 받고 주요 판매자 10여 명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보통 위챗을 이용해 유학생들을 모집하고 범죄에 이용하는 경우는 추적이 어렵고 종적을 감추기도 쉬워 접근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위챗을 이용한 전문의약품 밀수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에도 가짜 무역회사를 세우고 전문의약품을 중국에 밀수출한 유학생 일당 1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역시 위챗을 통해 성형수술에 쓰이는 전문의약품을 판매한다고 중국 현지에 광고했다.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중국에 밀수출하면서 이들은 4억3000여만원을 불법으로 챙겼다. 이처럼 위챗을 이용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양천경찰서 관계자는 “위챗은 대화 내용 삭제가 쉽고 국내에서는 추적이 어려워 범죄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며 “중국인들이 많이 쓰는 만큼 범행 대상이나 판매에도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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