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리 잡기 위해” 만든 헤어케어 제품, 투자금 4400억 유치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윤현종 기자] 올해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히우지자네이루)는 남미 대국 브라질을 대표하는 도시입니다. 620여만 명이 사는 이 곳은 브라질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상징하는 땅이기도 합니다.
바로 파벨라(Favela)로 불리는 빈민촌 때문인데요. 브라질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 캣콤(CatComm)에 따르면 리우의 파벨라 1000여곳엔 15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시민 4명 중 1명 꼴입니다. 브라질 전체로 보면 빈민 13%가 리우에 몰려 삽니다. 이들의 월 평균 소득은 300∼400달러(33만∼44만원ㆍ2014년) 수준입니다.
그러나, 없이 산다고 꿈까지 초라하진 않습니다. 몇몇 재벌이 부(富)를 독점한 브라질에도 빈민가 출신 자수성가 부자들은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 창업가 두 명이 눈에 띄는데요. 그들의 전 직업은 가정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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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벨라 올가니카의 창업자 헤지나 첼리 [출처=파벨라 올가니카 페이스북] |
▶ ‘쓰레기(?)’, 맛있는 식단이 되다=재활용 음식 레시피를 만들어 소개하고 교육하는 ‘파벨라 올가니카(Favela Organica)’ 창업자 헤지나 첼리(Regina Tchellyㆍ35)는 브라질 북동부 농촌서 태어났습니다. 2001년 리우 빈민가로 이주한 그는 가사노동자로 10년 이상 살았습니다.
자연스레 요리가 일상이었던 첼리는 도시 사람들이 식재료와 음식을 다루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버리는 게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시장서 팔다 남은 음식 등도 모두 쓰레기통으로 갔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생활방식과는 딴판이었던 셈이죠.
첼리는 “(어렸을 적 농촌에선) 가난한 자와 부자 모두 ‘땅이 주는 선물’을 먹고 살았다. 음식은 쓰레기가 아니었다. 먹다 남은 건 거름으로 쓰거나 가축을 먹였다”고 회상합니다. 남은 식재료를 써 훌륭한 식단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게 된 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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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벨라 올가니카 로고 [출처=파벨라 올가니카 페이스북] |
가정부 일로 생계를 꾸려야 했던 첼리는 수년 간 집 주인 양해를 얻어 틈틈이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2011년엔 친구들에게 빌린 45달러(4만9000원)로 동네 사람들에게 첫 요리 강좌를 열었습니다. ‘음식 쓰레기 제로’를 지향한 교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파벨라 올가니카는 승승장구합니다. 한 달 만에 수강생을 40명으로 늘린 그는 창업 2개월 뒤 브라질 최대 TV 쇼와 영국 BBC에 출연해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10개월 후엔 브라질 여성 최초로 창업 기업가 상도 받았습니다. 투자금도 유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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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지나 첼리(가운데 아이를 업고 있는 인물) [출처=파벨라 올가니카 페이스북] |
무일푼으로 시작한 첼리는 5년이 지난 현재 수강생 6000명을 거느린 오너가 됐습니다. 브라질 전국을 누비며 벌어들인 수입은 최소 30만달러(3억4000만원)로 추산됩니다.
“요리법을 바꾸면 생활방식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하는 첼리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 취업때문에 고민한 ‘머리카락’, 미용기업 성장 발판=현재 브라질의 ‘헤어케어 퀸’으로 불리는 지까 아시스(Zica Assisㆍ54)도 1970년대부터 리우 빈민가에서 가정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홉 살 때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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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케어 종합기업 ‘벨레자 내츄럴’ 창업자 지까 아시스 |
하지만 아시스의 ‘직업생활’은 순탄치 못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일자리 잡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머리카락 때문이었는데요. 아시스는 선천적인 아프로 헤어(Afroㆍ아프리카 인의 둥근 곱슬머리)였습니다. 큰 헬멧을 쓴 것 같은 펑크스타일이었죠. 고용주들은 ‘머리가 조금만 자라도 비위생적’이라며 그를 가정부로 들이지 않았습니다. “일자리를 잡기 위해서라도 머리모양을 바꿔야 했다”고 아시스는 회고합니다.
그러나 당시 시중에 나온 헤어 제품으론 아시스의 머리모양을 손 보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위한 제품을 직접 만드는 데 착수합니다. 10년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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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까 아시스의 창업 이전 젊은시절. 머리카락이 ‘아프로 스타일’이다. [출처=유튜브 캡처] |
제품 개발은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1993년, 아시스는 직접 만든 헤어케어 제품으로 아프로 헤어스타일을 바꾸려는 수요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헤어살롱을 개업합니다. 벨레자 내츄럴(Beleza Natural)의 시작입니다.
인구 절반이 흑인 또는 흑인 혼혈인 브라질 시장에서 아시스의 전략은 통했습니다. 2001년 이후 영업이익은 연 30%씩 늘었습니다.
규모도 커졌습니다. 창업 12년 뒤인 2005년, 아시스의 헤어살롱은 12개로 늘었습니다. 현재 아시스의 회사는 점포는 33개입니다. 팔고 있는 헤어제품도 50종류가 넘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그는 2013년 버뮤다 소재 GP인베스트먼트에서 4억달러(4430억원)의 투자금도 유치합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4000명에 달하는 아시스의 직원 3분의 2가 자신의 고객들이었단 점입니다. 그만큼 충성도가 탄탄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단 뜻입니다.
현재 브라질 경제가 불황으로 휘청거리는 와중에도 아시스가 “올해 회사는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이유입니다.
factis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