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공화당 유관 인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신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트럼프는 자신을 비판한 공화당 주류에 반격을 가하고 나서면서 공화당이 아수라장이 됐다.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사로 나선 미군 전사자의 아버지 키즈르 칸을 두고 트럼프가 또 한 번 무슬림 비하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트럼프 대신 힐러리 찍겠다”는 공화당 인사들의 선언이 잇따랐다. 정당보다 국가, 개인적 신념을 우선시 하겠다는 판단이다.
공화당의 리처드 한나 하원의원은 2일(현지시간) ‘시러큐스닷컴’ 기명 칼럼에서“나로서는 트럼프 발언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공화당에 봉사하기에도, 미국을 이끌기에도 부적합하다”며 “많은 이슈에서 클린턴에게 동의하지 않지만,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 클린턴이 나라를 잘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당이나 승패를 떠나 미국을 사랑하는 좋은 시민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결심했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의 최측근 인사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전 참모도 트럼프 대신 힐러리에도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주지사가 경선에서 하차하기 전까지 핵심 참모 역할을 해 왔던 마리아 코멜라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15년간 공화당 원칙에 따라 일해온 사람으로서 더이상 침묵할 수 없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부정확한 정보와 외설적인 어법으로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하고, 공포와 증오를 부추겨온 선동가였다.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믿기에 클린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화당 경선주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핵심 참모 샐리 브래드쇼도 1일 “트럼프는 여성혐오자이며 편견에 사로잡힌 자아도취자”라며 공화당 탈당 의사를 밝히고는 최대 경합주 플로리다에서 박빙 양상이 나타나면 힐러리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혼란에 빠진 공화당은 트럼프가 최근 무슬림 비하 발언으로 자신에게 비판을 가한 당내 주류 인사들을 향해 반격에 나서면서 한층 어지러운 상황에 빠졌다.
트럼프는 이날 버지니아 주 소재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워싱턴포스트(WP)와 가진 인터뷰에서 위스콘신주 예비경선에 나서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폴 라이언을 좋아하지만, 미국이 끔찍한 시대에 처해 있고 우리는 아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라이언이 나의 지지를 바라고 있지만, 현재 깊이 생각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라이언에 도전한 폴 넬런이 “선거운동을 아주 잘하고 있다”며 적수를 치켜 세우기도 했다. 라이언은 헌법 소책자를 든 자신의 사진을 최근 인터넷에 게시해 칸을 겨냥한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트럼프는 또 ‘베트남전 영웅’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서도 지역 경선에서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메케인은 트럼프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최근 며칠 동안 미군 전사자 부모들을 헐뜯는 언급을 했다. 그의 발언은 공화당은 물론 공화당 지도부, 공화당 후보들의 시각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거리두기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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