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힐러리의 ‘여성 대통령 대망론’ 뒤에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냉혹한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미국 일각에선 힐러리가 진짜 여성 대통령이냐는 물음표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 대통령’의 이미지를 그려보지 못한 미국인들에게 힐러리 대통령은 낯선 이미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힐러리가 백악관 입성을 통해 새 역사를 쓰기 위해선 적잖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같은 여자들도 힐러리의 쾌거에 다소 냉소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정치인이기에 가능했던 남다른 면모를 보이며 이 자리까지 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힐러리의 성공이 전적으로 ‘여성의 성공’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인 셈이다. 때문에 여성 유권자들 중에는 힐러리가 여성임을 부각시켜 대선 레이스에 나서는 데 불쾌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이스하라 핑크니-리는 12뉴스에 “힐러리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에 기대려고 할 뿐 신용을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젊은 여성들의 경우 힐러리가 부정을 저지른 남편과 이혼하지 않았다는 점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여성으로서의 삶보다는 개인적 성공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는 인상을 줘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힐러리 이전에 여성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도 힐러리의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성 대통령이 남겨 놓은 긍정적 선례가 없다 보니 대통령이 된 힐러리의 모습이 뚜렷이 연상되지 않아 유권자들을 망설이게 한다는 것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취임할 당시 ‘제2의 대처’라며 대대적 호응을 얻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렇듯 ‘여성 대통령은 처음인데 이런 점도 괜찮을까’하는 우려를 종식시키는 것이 힐러리가 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여성이기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에 대해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군(軍) 문제가 대표적이다. 힐러리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한 듯 최근 전미 해외전쟁참전군인회(VFW) 전국대회에 참석해 현역군인들이 자신보다 트럼프에게 배 가까이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일부 여론 조사에 대해 성별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며 “나는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면서, 매일 아침 백악관에서 일어나리라는 것을 여러분이 알기를 원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동시에 여성으로서의 강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야 예상만큼 열성적이지 않은 여성 유권자들도 지지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힐러리를 여성층의 대표로 보지는 않더라도 그가 여성 인권, 성(性) 불평등에 대해 남성 정치인들에 비해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기대는 분명히 있다. 힐러리가 변호사로서 여성ㆍ아동의 권익을 위해 애써왔던 것도 이러한 기대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지층 확대를 위해서는 취약점 뿐 아니라 현재까지 제시했던 공약들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힐러리의 우선 과제가 무엇보다 유권자들에게 명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경우 주장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민자, 보호 무역 등 주장하는 바가 분명한데 힐러리의 공약들은 비교적 중도에 가깝고, 단순하게 정리가 안 된다는 지적과 상통한다.
이와 같이 능력과 정책에 초점을 맞춘 대선 레이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극복하는 것이 현재의 힐러리에게는 최대 과제 중 하나다. 경선 당시부터 발목을 잡았던 이메일 스캔들이 지속적으로 힐러리를 막아서면서 지지율에 제동을 걸고 있는 데다 트럼프에게 끊임없이 네거티브 공격 빌미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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