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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나 없다’…브랜드가 된 IS, 소프트타깃에서 ‘종교전쟁’으로
[헤럴드경제=이수민ㆍ문재연 기자]“이슬람국가(IS)가 브랜드가 되고 있다”

최근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가 아닌 극단주의 성향을 가진 ‘외로운 늑대’(Lone Wolf)들에 의한 테러가 급증한 것을 놓고 피터 니우먼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 대학 교수가 26일(현지기간) 내놓은 분석이다.

세계 곳곳의 과격주의자들이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이름을 빌려 테러를 자행하면서 IS가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있다. 특히 민간인을 겨냥한 소프트타깃에 집중됐던 테러가 지난 26일 성직자를 대상으로 한 테러를 기점으로 ‘종교 전쟁’으로까지 전선을 넓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러=IS’무자비한 공포 브랜드가 된 IS= IS의 브랜드화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대륙을 덮친 잇단 테러 공격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IS 대원을 중심으로 한 ‘중동 대 반(反)중동’ ‘이슬람 대 반(反) 이슬람’ 구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덮칠 수 있다는 무자비한 폭력성으로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테러하면 IS를 떠 올리게 하는 테러 전략의 고도화다.

니우먼 교수는 이에 대해 CNN 방송에 “IS의 테러는 기존 경계를 뛰어넘었다”며 IS 자체가 ‘테러’의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프랑스와 독일을 덮친 테러는 기존 IS가 자행해온 테러와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22일 독일 뮌헨 쇼핑몰에서 총기 난사를 벌인 테러범은 정신질환자이자 5년 전 77명을 살해한 노르웨이 신나치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를 지지한 이란계 독일인이었다. 18일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통근열차에서 도끼를 휘두른 파키스탄 출신 난민 소년은 IS와 직접적인 연계는 없었지만 IS를 추종한 인물이었다. 프랑스 니스 테러범은 튀니지 출신의 프랑스 영주권자로, IS와의 직접적인 연계 가능성은 낮지만 프랑스 당국은 개인의 신념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들 모두 독실한 무슬림 신앙자도 아니었다. 니스 테러범의 경우, 무슬림에서 금지하는 술을 즐겨마셨고 정기적으로 이슬람 모스크를 찾은 것도 아니었다. 올랜도 총기난사를 벌인 오마르 마틴 역시 동성애클럽을 자주 방문해 오락을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에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테러를 일으킨 외로운 늑대들이 ‘IS의 전사’라고 주장했다.

[사진=IS 영문잡지 ‘다비크’]

반극단주의 연구기관인 ‘퀼리엄 재단’의 하라스 라피크 연구원은 테러의 확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IS의 두 가지 목표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IS가 직접적인 연계가 없는 테러리스트도 ‘IS의 전사’라고 프레이밍해 보다 많은 과격주의가 IS의 이름을 빌릴 수있도록 하고 있다”며 “테러가 발생하면 ‘IS’를 떠올리는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IS가 이슬람 원리주의를 선전하기보다는 IS가 갖고 있는 ‘폭력성’을 선전해 과격주의자들의 폭력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IS가 유럽민들 사이에서 난민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것을 반기는 이유이다. 니우먼 교수는 IS가 “궁지에 몰린 난민일 수록 과격주의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선전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타깃에서 성전으로갈수록 진화하는 테러= 26일 프랑스 노르망디 테러는 IS가 교회를 새로운 ‘전선(戰線)’으로 삼았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존 알렌 바티칸 전문가이자 기독교 뉴스 사이트 크룩스의 부편집인은 이와 관련 가디언에 “이번 사건은 큰 그림으로 보면 교회가 IS의 표적이라는 점을 확인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2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인질극을 벌인 테러리스트들이 코란 외우기를 거부하거나 외우지 못한 인질들을 먼저 죽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간 IS가 기독교 성직자를 공격한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분쟁지역에서 벌어졌던 일이었다. 전쟁을 벌이고 있지 않은 지역에서 기독교 성직자를 살해함으로써 공격 대상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IS는 그동안에도 “이교도를 살해하라”고 선전하고, 무슬림 여부를 구별해 가며 살해를 자행하는 등 기독교를 포함한 여타 종교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해 왔다. 가디언은 공격 시도 자체가 처음은 아니지만 성공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노르망디 성당 테러에서 두 테러범이 자신들의 공격을 십자군 동맹에 저항하는 ‘성전’으로 보이려 한 정황들도 나오고 있다. 함께 인질로 잡혔던 다니엘 수녀는 RMC 등 프랑스 언론들에 “그들이 신부님을 강제로 무릎 꿇도록 했고 신부님이 방어하는 순간 비극이 일어났다”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는데 제단 주변에서 아랍어로 설교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에르베 모랭 노르망디 주지사는 “아멜 신부는 이 성당에서만 30년을 보냈다”며 “단순히 한 사람이 죽은 게 아니라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가 숨진 사건”이라고 이번 사건의 의미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테러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방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외로운 늑대의 ‘묻지마식’ 테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니우먼 교수는 “최근 테러리스트 중에는 정신질환자도 있었다”라며 적이 누구이고, 누구를 노리고 있고, 어디서, 무엇을 동원해 테러가 발생할 지 모르는 시대가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테러가 대대적으로 보도될 때마다 이를 따라한 ‘모방 테러’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최근 테러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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