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래도 여름엔 공포영화” 였는데…지금은 ‘다양성영화’ 신세라니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삶은 영화보다 더 잔혹하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공포는 현실의 범죄가 된 때다. 굳이 영화관이 아닐지라도 일상에서 공포를 마주할 순간들은 너무도 많다. 안방극장의 납량특집은 공포보다는 웃음(MBC ‘무한도전-귀곡성’)과 로맨스(tvN ‘싸우자 귀신아’)를 주는 형태로 변종됐다. 극장에서는 여름 특수를 맞은 블록버스터들 사이에 공포영화가 설 자리를 잃었다.

‘여름=공포영화’ 공식은 옛말이라지만, 그럼에도 큰 영화들 사이를 비집고 올해에도 공포영화가 속속 개봉하고 있다. 단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한때는 ‘주류’였으나 이제는 ‘다양성 영화’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따로 경쟁하기도 한다.

21일 개봉한 영화 ‘마신자-빨간 옷 소녀의 저주(이하 마신자)’는 대만 최고의 호러사건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흔치 않은 대만 공포영화, 독특한 분위기에 공포영화 마니아들의 관심이 컸다. 또 ‘마신자’는 현재 진행 중인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베스트 오브 아시아’ 부문에 초청되면서 ‘링’, ‘렛미인’ 등을 잇는 영화로도 기대가 높았다. 대만에서도 역대 공포영화 1위 흥행 기록을 가져가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대진운이 나빴다. 20일 개봉한 ‘부산행’과 정면으로 붙었다. 26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마신자’는 25일까지 누적 관객수 8516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100개 안팎 스크린에서 130~150여 회 상영되는 수준이다. ‘마신자’를 상영하는 극장에서조차 하루 한 회 이상 상영되기 어려운 셈이다.

영화는 전체영화 일일 박스오피스 10위권 밖, 대신 다양성 영화 중에서는 2위를 지키고 있다. ‘마신자’의 영화홍보사인 시네드에피 관계자는 “대만영화이고 장르영화에 해당되기 때문에 다양성영화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7일 개봉한 ‘잔예-살아서는 안 되는 방(이하 잔예)’도 오랜만의 일본 정통 호러로 기대가 높았다. “1인 가구 절대 관람 금지”라는 홍보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흥행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5일까지 누적 4만 관객 수를 기록했다.

일본 공포영화의 양대 산맥, ‘링’과 ‘주온’ 시리즈의 귀신이 한 영화에서 맞붙는 ‘사다코 대 카야코’는 국내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사다코 대 카야코’는 올해 상반기 극장을 강타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 이어 “서로 싸우는 것이 대세”라는 트렌드에 편승하면서 관객들의 궁금증이 극대화된 상황이었다. 영화전문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일본에서 ‘사다코 대 카야코’는 7월 18~19일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러나 13일 국내 개봉 예정이던 영화는 6일 시사회 진행을 취소하고 개봉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영화사 날개 측은 “본편 수급에 차질이 생겨 아직 개봉일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일본측과 개봉일자를 두고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공포영화들이 큰 영화에 밀려 ‘소수자 신세’가 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객을 노리고 여름과 겨울 성수기를 피해 봄이나 가을에 개봉하는 공포영화가 많다”라고 설명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추석이 지나고 영화계의 ‘이삭줍기’가 끝나는 시기에 짧게라도 개봉시켜서 ‘개봉작’이라는 타이틀을 만들어 IPTV 등에 풀려는 배급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행’의 스크린 점령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부산행’도 좀비가 나오는 장르영화에 해당되어 장르영화 관객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같은 장르의 다른 영화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을 상기시키는 제목의 ‘피닉스 라이트 사건’은 내달 4일 개봉을 앞두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됐다. 1997년 미국 애리조나주 상공에 나타난 UFO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스릴러 영화다. ‘쏘우’, ‘컨저링’ 시리즈의 감독으로 국내에서는 ‘호러 장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제임스 완이 제작한 ‘라이트 아웃’도 개봉을 기다린다. 



jin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