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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개방형 혁신, 그 길을 묻다 - 김동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
지구상의 수많은 문자들 중 유일하게 창제자가 알려진 게 한글이다. 한글의 우수성이야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정보 공유의 통로 역할을 했다는 것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한글 이전까지의 문자, 즉 한자는 소수 권력층의 전유물이었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에서 보편적인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어려운 한자는 상위 계층의 상징이었다. 한글은 그 견고한 카르텔에 균열을 내며 지식 독점 시대의 막을 내렸다. 이렇듯 한글에는 소통과 공유의 정신이 살아 숨 쉰다. 

이른바 지식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하나의 정보와 지식, 그리고 기술이 융합돼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며, 그 기술은 또 다른 지식과 기술로 변모하고 진화한다. 현재의 정보와 기술이 향후 어떻게 변화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낼 지 예측하기 힘든 시대다. 특히 기업들은 이같은 시대의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개방형 혁신’은 새로운 기업 생존전략의 하나가 되고 있다.

경영혁신 분야의 전문가 헨리 체스브로 교수는 기업 내부의 지적 재산을 외부와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얻고 이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 개방형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지난해 8조원 규모의 신약 공급 계약 체결한 한미약품의 성공비결도 바로 개방형 혁신이다. 한미약품은 개방형 혁신 사업을 담당할 투자회사를 설립해 신약 후보 물질을 함께 개발할 신생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담케 했다. 기존의 폐쇄적인 연구 개발보다 정보 공유를 통한 개발 방식이 훨씬 효율적임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자사의 전기자동차 관련 특허를 무상 공개해 전기차 시장을 넓힌 테슬라의 사례도 흥미롭다.

이제 개방형 혁신은 기업 경영에서 뚜렷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핀테크, 증강현실 등의 새로운 기술 개념들은 교육, 의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확장성을 나타내며 개방형 혁신을 이끌고 있다. 또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나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신생기업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대기업에도 도전과 기회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명확하다. 바로 공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난 6일에 있었던 ‘2016 대한민국 기술사업화대전’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개방형 혁신을 통한 기술 사업화를 주제로 공적이 우수한 기업과 개인 포상, 아이디어 팩토리 경진대회, 스타트업 포럼, 우수사례 강연과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는 올해부터 기술사업화 성공이 절실한 스타트업, 벤처기업 등 여러 기업인들이 함께 모여 개방형 혁신의 해법을 논의하는 포럼을 출범시켰다. 스타트업에서 기술사업화를 이룬, 이른바 넘기 힘든 죽음의 계곡을 건너온 선배 기업인과 만남을 통해 성공 경험을 나누고 비즈니스 협력도 모색하는 기회의 장이 됐다는 평가다.

뭉치면 강해지고 또 유능해진다. 개방형 혁신의 정신이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우리 기업과 경제가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위한 길을 여기서 찾기 바란다. 우리는 이미 수백 년 전 한글을 통해 공유와 소통의 가능성을 이미 경험하지 않았던가.

김동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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