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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시대 살고있는 다양한 여성들의 초상
150년 전 활동했던 영국의 사진작가 줄리엣 마가렛 카메론은 초상화 작가로 유명하다. 시인 로드 테니슨을 비롯, 워즈워드, 롱펠로, 토마스 칼라일 등 당대 명사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사진을 찍은 그녀는 여성들의 사진도 많이 찍었다.

아이를 깊은 눈길로 바라보는 여성, 불안한 눈빛의 소녀, 수녀, 노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의 모습에는 내면을 응시하는 독특한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이 시대 여성의 초상을 누군가가 사진으로 담는다면? 2010년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콩쿠르상 신인상을 수상한 안느 브레스트의 ’완벽한 여자를 찾아서‘(올댓북스)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소설에는 10여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이민자 가정의 여성, 흑인여성,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소녀부터 주부, 회사원, 약제사, 의사, 예술가, 매춘 경험이 있는 여성까지 각계 각층의 여성이 등장한다.

마흔 살의 줄리는 세계적인 기업의 마케팅 전문회사를 이끌고 있다. 탁월한 능력과 함께 요리, 패션, 교양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오랜 기다림과 완벽한 준비 끝에 아기를 낳은 줄리는 더 없이 자애로워 보인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저녁 문을 두드리며, 밤에 아이를 대신 봐줄 수 없냐고 묻는다. 꾀죄죄한 티셔츠 차림에 초점을 잃은 눈으로 중얼거리며 가버린 줄리는 이내 병원에 입원하고야 만다. 병명은 ‘심각한 모성 고갈’. 일과 가정에서 모두 완벽해지려는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병이다.

그런 줄리가 ‘성녀’로 부르며 삶의 모델로 삼고자 했던 여성은 의사 마리다. 그러나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마리가 고해성사하듯 털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더 이상 타락할 수 없는 여인이 거기에 있다.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지는 10명의 여자들의 이야기는 생생하고 흥미롭다. 여성으로 살아가기의 다양한 양태를 10컷으로 담아낸 작가의 예리한 포착이 놀랍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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