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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이 곧 국가’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 국가비상사태 선포… 쿠데타 연루세력 10만명?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터키가 쿠데타 세력을 뿌리뽑기 위해 3개월 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가 초법적 권력을 쥠으로써 터키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터키 정부는 20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자문을 거쳐 내각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터키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1987년 쿠르드 반군 격퇴를 위해 남동부 지역에 대해 선포된 것이 2002년 종료된 이후 처음이다. 21일 열리는 터키 의회에서 제동을 걸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 연설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 목적은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인권과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펫훌라흐 귈렌 세력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귈렌은 재미 이슬람학자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가 이번 쿠데타의 배후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이 조치는 민주주의와 법과 자유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그것들을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상사태로 인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짐이 곧 국가다’와 같은 절대왕정식 독재권력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대통령과 내각회의는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가지는 칙령을 시행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 칙령은 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터키 의회의 전체 550석 가운데 317석을 장악하고 있어 견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칙령은 헌법재판소의 심의도 받지 않는다.

비상사태 하에서는 국민의 기본권도 필요시 제한할 수 있어, 체포와 구금 등 사법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터키는 이미 쿠데타 후 나흘 동안 6만여명의 군인, 판ㆍ검사, 경찰, 공무원, 대학 교수, 학교 교사 등 사회 각계 인사를 귈렌과 연계된 혐의로 직위해제하거나 구속했다. 20일 하루에만 2명의 헌법재판관을 포함해 100명 이상의 판사가 체포됐고, 200명 이상의 군사법원 판사들이 해고됐으며, 교육부는 626개의 사립학교를 폐쇄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터키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터키 정부가 쿠데타 연루 세력이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보도해, 앞으로 더욱 혹독한 숙청이 진행될 것을 암시했다.

터키 시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스탄불의 대학생 에므레(25)는 “마녀사냥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며 “모든 사람이 쿠데타 이후의 대응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3년 전 에르도안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숨불 젤리크(32)는 “우리는 이제 아주 소수이고, 정부는 지배를 강화할 제도만 부활시킬 것”이라며 “지금은 이 나라를 떠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사진설명=20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데타 후속 조치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로써 터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무소불위식 철권통치로 인해 민주주의와 인권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연설이 TV를 통해 중계되고 있는 가운데, 그를 지지하는 터키 국민들이 광장에서 붉은 터키 깃발을 흔들고 있다.]

서방국가와 국제기구들도 에르도안 정부가 독재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이드 라드 알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터키 정부가 인권 보호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 없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터키가 이번 쿠데타를 “반대 세력을 침묵시키는 ‘백지수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법치를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 “자기 일에나 신경쓰지 말라”는 등의 발언으로 응수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특히 20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이 이번 실패한 쿠데타에 관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록 그는 ‘외국’이 어느 나라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그간 터키 내에서는 미국이 쿠데타를 묵인 혹인 지원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여전히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가 잔존해 있으며 “그것이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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