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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노가다’ 함부로 했다간…②] 주요 범죄 표적…고액 게임아이템이 뭐길래
-1조5000억원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 범죄 대상으로 쉽게 전락

-‘아이템 셔틀’ 같은 새로운 학교폭력 유형도 등장해 우려 제기

-개인 간 거래 불법 아니지만, 중계사이트 이용해도 보호 못받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 대학생 김모(26) 씨는 올해 초 경찰서에 다녀왔다. 게임 속 아이템을 도둑맞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중고 장터를 이용해 다른 사람이 만든 게임 아이디를 10만원에 사려고 했지만, 상대방은 돈만 받고 연락을 끊었다. 김 씨는 “경찰서에 갔지만, 액수도 적고 범인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인터넷 사기 피해 신고 사이트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아 일단 신고부터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정 게임 속 아이템이 고가에 거래되면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손쉽게 현금화가 가능하고 고가이다 보니 게임 속 아이템을 가져오라며 ‘학교 폭력’의 도구로 쓰이는가 하면, 거액의 아이템 사기 때문에 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있다.

시장 규모만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등 게임 속 아이템이 고가에 거래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아이템이 범죄 대상으로 쓰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헤럴드경제DB]

실제로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 속 아이템은 고가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게임 속 아이템을 전문으로 거래하는 사이트도 10년 넘게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지금도 사이트에는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이 넘는 아이템이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게임 ‘리니지’에 쓰이는 아이템이 1억2000만원에 거래돼 화제가 됐다.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도 현재 1조5000억원을 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 시장이 커지고 현금화가 쉬워지면서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부산에서는 군대 동기와 후임을 상대로 게임 아이템을 가로챈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가 억지로 게임 아이템을 사게 한 뒤, 자신의 아이디로 옮기게 하는 방식이었다. 2년 동안 1000만원어치의 아이템을 가로챈 피의자는 아이템을 현금화해 유흥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그 뿐만 아니라 초중학교에서는 속칭 ‘아이템 셔틀’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학교 폭력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게임 속 아이템을 대신 구하라며 동급생을 괴롭히는 방식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한국 청소년 사이버불링 실태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전국 중ㆍ고생 4000명 중 10.2%가 “사이버 게임을 통해 괴롭힘을 당해봤다”고 대답했다. 특히 남학생 중 16.2%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학교폭력이 아니더라도 고가에 아이템이 거래되다 보니 사기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대학생 김 씨의 경우처럼 10여만원 정도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지만, 비싼 아이템은 피해액이 억 단위를 넘어가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1억4000여만원어치 아이템 사기를 저지른 형제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개인 사이에서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위의 사례처럼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김태형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게임 아이템도 교환가치를 가지는 재산상 이득으로 본다”며 “최근 판례를 보더라도 게임 아이템을 이용한 사기 범죄가 많이 느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 또한 “게임 아이템 사기를 당했다며 찾아오는 민원인이 많다”며 “아이템 거래 중계 사이트를 이용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몰라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게임 업계도 게임 속 아이템이 사기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늘자,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한 게임 개발업체 관계자는 “법적으로 매매가 문제가 아니지만, 게임사가 제공하는 약관에는 개인 간 아이템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며 “많게는 수 천만원씩 피해를 본 이용자들이 항의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 별도 안내센터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거래량과 비교하면 단속 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라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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