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고강도 개혁 압박받는 검찰] ‘청렴’ 취임일성 김수남號 길을 잃다
진경준·정운호등 악재 줄줄이
높은 도덕성 요구 취지 퇴색
“더이상 내부에 맡겨선 안된다”
각계각층 檢개혁 목청 높아져
공수처 설치등 대책도 설득력



“검찰은 최고의 사정기관입니다. 우리에게는 어느 누구보다도 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됩니다. 개개 구성원의 작은 일탈도 조직에는 치명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지난해 12월 검찰총장에 취임한 김수남(57) 총장은 첫 일성으로 내부 구성원들에게 ‘청렴한 자세’를 강조했다. 김 총장의 경고대로 올 상반기 내내 터진 검사들의 각종 비리와 추문은 검찰 조직 전체를 위기에 빠뜨렸다.

넥슨으로부터 억대의 돈과 고급 승용차를 제공받은 진경준(49)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이미 서울고검 현직 검사와 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정운호 돈 로비’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정점에 달한 상황이었다. 청렴을 강조한 김 총장의 취임사도 무색해졌다.

설상가상 진 검사장 구속 하루 만에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검사 시절 넥슨과의 부동산 거래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닻을 올린 지 불과 7개월 밖에 되지 않은 ‘김수남호(號)’는 현재 방향을 잃은 채 외부에서 쏟아지는 ‘검찰개혁’의 목소리에 시달리고 있다.

사퇴 압박을 받은 김 총장은 지난 18일 전국 고검장 회의에서 ‘검사의 주식투자 금지’와 ‘내부자 비리제보 강화’ 등의 대안을 내놓으며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재산이 많은 고위 검사에 대해 대대적인 감찰을 벌이고, 직위를 이용해 금품을 수수한 검사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법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내부 단속에 실패한 검찰에 더 이상 손을 맡겨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은 그동안 번번이 무산됐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안을 다시 꺼내들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검사 출신인 금태섭ㆍ백혜련ㆍ송기헌ㆍ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4인은 18일 ‘검찰개혁 방향과 과제’ 세미나를 개최하며 ‘친정’을 향해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오병두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그동안 검찰개혁은 근본적인 차원의 개혁이라기보다 여론 비판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에 가까웠다”며 “현재 검찰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것 자체가 그간 검찰의 자정노력이 실효성이 없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야당과 시민단체는 독립된 수사기관인 공수처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검사가 법무부의 주요 보직을 장악하고 있다보니 매번 검사들의 비리사건에서도 법무부가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진 검사장의 주식대박 논란이 불거졌을 때에도 법무부는 공직자윤리위 조사를 핑계로 수사에 적극 착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도 “검찰 인사를 정치적 임명직인 법무부장관의 관할 하에 있는 법무부 검찰국이 담당하는 것은 검찰권의 독립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며 “법무부와 검찰 간 인사교류를 최소화하고 검찰의 인사권은 검찰에, 감찰권은 법무부로 분리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했다. 나아가 법무부 주요 보직을 민간 혹은 비검찰 공무원에 개방할 것을 주문했다.

검사 출신인 차동언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검찰의 주요 보직도 공모해서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에 대해 공모절차를 진행하고, 그 상황을 공개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임명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차 변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이 일부 침해되겠지만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검찰이 쥐고 있는 권한을 일부 제한하고 외부에서 검찰 내부를 견제하도록 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