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지난해 12월 1일 양 사로부터 인수합병 신고를 받은 뒤 지난 18일 기업결합을 금지한다는 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밝히기까지 231일이 걸렸다. 또 지난 6일 6개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건에 사실상 ‘무혐의’ 심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무려 4년이나 지났다.
때문에 시장 또는 해당 업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공정위가 사안에 따라 심의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방송ㆍ통신분야의 기업결합과 같은 시장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큰 사안일수록 공정위가 신속한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부원장은 “기업결합의 경우 현행법상 심사 기한이 최대 120일로 정해져 있다고 해서 그 기간 안에 심의결과만 내면 된다는 것은 너무 안이한 자세”라며 “스마트행정 등 행정소요기간을 최소화하는 추세에 맞춰 공정위도 스스로 심의기간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사안에 따라 30일, 60일 이내로 결정한다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공정위가 신중하게 심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 심의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피심인이 투자여부, 경영계획 등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 어느 기한까지 심의해 결정하겠다는 점을 공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면 시행령 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관계가 얽힌 개별 기업들의 여론전에 휘둘리기보다 공정위가 중심을 잡고 전체 산업 차원에서 시장 경제에 미칠 영향, 소비자 혜택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방송ㆍ통신분야 기업결합 건은 정부가 국내 소비자 혜택을 증진시키는지, 이종 업종 간 인수합병 허용 시 신 시장 육성이 가능한지 등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경쟁 제한 여부만을 심의하는 공정위가 이를 집중 심사해 빠른 결론을 내려줬다면 불확실성에 따른 혼란도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심의 결과 발표 후 방대한 양의 자료를 검토해야 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지만 법정 심사기한 120일은 넘지 않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다만 늑장행정이란 비판을 의식한 듯 최대한 심의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 인수합병 건은 사안이 시급한만큼 최대한 심의기간을 줄여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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