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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中은 순망치한…사드보복 쉽지않다
中, 한국서 올 611억弗 수입
대부분 자본재·중간재가 차지
교류중단땐 수입 10.7% 차질
무역단절땐 “중국이 더 피해”
재계 “한중 독특한 관계” 역설



‘세계 3위 수출국, 세계 1위 수입국’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비중이다. 지난 5월까지 중국은 우리나라에 374억 달러 규모의 각종 물품을 수출했고, 또 611억 달러의 다양한 제품을 수입했다. 중국이 대한민국과 경제 교류를 중단한다면 중국 전체 수출 물량의 4.6%, 수입 물량의 10.7%가 허공으로 날라가는 것이다.

우리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다. 지난해 기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대 중국 수출의 비중은 13.8%, 수입은 9.5%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최근 북한 핵 제제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배치에 따른 양국 갈등이 경제 무역 보복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재계에선 사드 배치로 중국이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고, 한국이 이에 대응 무역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이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고, 피해규모도 겉으로 드러난 무역 수지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물량 상당수가 현지 소비자들을 위한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와 자본재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미국, 유럽, 일본 수출을 위해 중국에 원재료와 부품을 수출, 중국에서 가공해 다시 수출하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의 비중은 78.1%에 달하지만, 소비재는 2.6%에 불과하다. 그나마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화장품, 먹거리 등의 수출이 늘어난 결과다.

한국무협협회가 최근 발표한 ‘중국의 무역구조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는 이 같은 중국 무역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일반소비재 수입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지난해 5.9%로 일본의 5.8%에는 약간 앞서고 있지만 미국(7.6%), EU(28.4%)에는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아직 완제품 소비재 수출 시장으로써 중국은 우리 기업들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실제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 판매 중인 우리 주요 기업 제품의 동향도 이와 같다. 한 때 중국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중국산 초저가 제품에 밀려 7%까지 밀렸다. TV와 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 역시 이제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는 ’Made in Korea’ 로고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자동차와 화장품 등도 대부분 국내 기업의 현지 공장 생산분이다.

국내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내수 시장의 경우 중국식 국산품 장려 정책과 중국 투자 정책에 따라 현지 지분이 절반 가량인 현지 공장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다”며 “또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위한 완제품 역시 임금이 급속하게 올라간 중국이 아닌, 동남아나 제3국 공장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수출 전진 기지로써 중국의 매력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중국 경제구조 변화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중 수출이 중간재와 자본재 위주로 구성될 경우 중국 경제구조의 변화로 우리 총수출은 향후 5년간 매년 0.8%포인트씩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의 대중 수출은 2014년부터 크게 둔화하고 있다. 올해도 1분기와 2분기 대중 수출 감소율이 각각 15.7%, 12.4%로 같은 기간 총수출 감소율보다 크다.

반면 우리의 대중 수입 물량 상당수는 여전히 소비재다. 저가 농산물과 김치 같은 2차 가공품, 또 값 싼 전자제품 및 의류 같은 생활 소비재가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품질보다는 가격 경쟁력 우선이다. 대부분 동남아 또는 국내 생산 등을 통해 대체 가능한 품목이다.

최근 한중 갈등 직후 유럽중앙은행(ECB) 이코노미스트들은 “글로벌 공급사슬 속에서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독특하다’”며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만든 제품의 수입이 어려워진다면 중국의 수출 역시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덩치큰 아기가 때 쓰듯이 한쪽의 일방적인 힘 과시만으로 흐를 수 없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한중 경제 관계를 설명한 것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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