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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절 앞으로 한달…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시간‘이 없다
광복절 한달여앞…日자위대 창설 기념식에 정부 인사 참석

정대협 “피해자 할머니, 이제 고령 등으로 해외활동 어려워”

정부, 20여년 활동한 정대협 배제…‘위안부 재단’ 설립 예정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광복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제 강점기 역사를 대하는 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우리 정부 인사가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 행사에 참석해 사회 안팎에서 비난을 받은 반면 할머니들은 ‘잘못된 역사’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고령에도 유럽까지 가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피해 할머니들 대부분 고령과 건강 악화로 인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제대로 된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이 저치권과시민단체등에서 나오고 있다.

매년 8월 14일은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위안부 기립일이다. 위안부 기립일과 광복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대로 끝맺지 못한 일본과 역사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심재권 외교통일위원장과 남인순 여성가족위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한일합의 무효와 정부의 위안부 재단 강행 저지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합의하면서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으로 위안부 문제 등을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20대 국회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장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우리 당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총선 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다”며 “이제 20대 국회가 문을 열었으니 그 공약을 추진할 것이며 여가위원장으로서 외교통일위원회와 함께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간 단체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1990년 창립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피해 할머니들과 활동해 왔다. 특히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을 설립하고 ‘평화의 소녀상’을 전국 곳곳에 세우는 등 위안부 피해 역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와 정대협 관계자들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출석해 지난해 한ㆍ일 정부 간 ‘12ㆍ28 합의’의 부당성을 알리는 등 해외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외국 활동이 가능한 피해 생존자들이 전무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유엔 인권위 등 해외에 ‘12ㆍ28 합의’의 부정성을 알리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야 하는데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건강이 계속 안 좋아지고 있다”며 “이제는 사실상 해외 활동이 가능한 생존 피해자 할머니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ㆍ일 정부 간 ‘12ㆍ28 합의’ 무효화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이행 촉구를 위한 ‘진실과 정의는 지지 않습니다’ 전시회 모습.

이처럼 일제 강점기 역사 피해자와 일부 정치권이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데 반해 일부 정부 인사의 행보는 사실상 ‘역주행’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이달 12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자위대 창설 62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를 서울 시내 호텔에서 연 것은 3년 만이다. 2014년 자위대 창설 60주년 행사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여론 악화로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3년 만에 열린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에 우리나라 국방부와 외교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순수하게 한ㆍ일 국방 교류와 협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참석한 인사는 철저히 비공개”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20여개 시민단체들이 당일 규탄 시위를 열고 정부 관계자의 참석을 저지하기도 했다. 시위에 참석한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일제 식민지 시대를 겪은 우리 역사의 아픔을 정부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무시해 모욕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12ㆍ28 합의’ 때 일본으로부터 출연을 약속받은 10억엔으로 정부 소속의 위안부 재단을 만들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위안부 문제만을 위해 20년 넘게 일해온 정대협 같은 민간단체와 별도 협의 없이 뒤늦게 피해자들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김복동 할머니는 “정부가 일본과 합의를 하려고 하면 우선 피해자들과 상의라도 하고 요구 상황이라고 물어봐야 하는 게 맞지 않나”며 “처음에 우리를 발굴하려고 힘을 모은 것이 정대협 같은 민간 단체들아닌가. 몇십년동안 힘을 써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정부에서 뭘 만든다고 하니 기가 찬다”고 밝혔다.이어 “돈 몇 푼 때문에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위대 창설 기념 행사에 참석하는 우리 정부 인사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외면하는 정부를 둘러싸고 ‘정부가 왜곡된 역사 인식을 하고 있다’라는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질 수 밖에 없다고 정대협 등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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