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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쏘렌토 가격대로 떨어진 티구안…그래도 소비자 선택은 쏘렌토
‘폴크스바겐’ 재구매 포기 늘어


부산에 사는 K씨는 지난달 개최된 부산국제모터쇼에서 폴크스바겐 전시장에 들렸다가 폴크스바겐 딜러와 만나게 됐다. 신차 구입 계획을 갖고 있던 터라 K씨는 인근 폴크스바겐 매장에 가서 별도로 상담을 받고 구형 티구안 견적을 받았다. 딜러가 제시한 티구안 2.0 TDI BMT 금액은 3000만원대 초반이었다가 나중에는 2000만원 후반대까지 내려갔다. 3800만원대에서 1000만원 가까이 떨어진 가격에 K씨는 혹했지만 섣불리 티구안을 선택하지 못했다. 폴크스바겐에 대한 국민 정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 떳떳하게 차를 탈 수 없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K씨는 조금 더 크고 국산차를 사기로 마음먹고 딜러가 제시한 금액대와 비슷한 쏘렌토를 구매했다.

과거 폴크스바겐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제공했을 때 크게 할인된 가격에 앞다퉈 차를 구입했던 소비자들이 달라지고 있다. 재고털이 차원에서 차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이전처럼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디젤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현금 배상을 해주면서 국내에서 외면하는 폴크스바겐 행태에 반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전처럼 할인해준다고 해서 덥석 구매하는 모습도 지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13일 14만명 이상 가입된 폴크스바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폴크스바겐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 곳은 다양한 폴크스바겐 차종을 소유한 고객들이 모여 신차 구매, 중고차 매매 관련 각종 정보를 주고 받고 차에 대한 소소한 의견들을 나누는 곳이었다. 그러다 디젤게이트 이후 폴크스바겐에 대한 성토장으로 바뀌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폴크스바겐 재구매를 포기했다는 글들이다. 한 차주는 “미국에는 막대한 배상금, 한국에선 신차할인,기존 고객들은 찬밥신세 등의 모습을 보면 정이 뚝 떨어진다”며 “대한민국 소비자, 폴스크바겐 오너들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댓글에는 “잊지 않겠다. 할인과 관계 없이 다음에는 폴크스바겐을 안 사겠다”,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기업을 움직인다”, “부도덕한 기업의 상품은 안 사는 것이 맞다”, “요즘에는 앞뒤 엠블럼 떼고 다니자는 캠페인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들이 따라붙었다.

신차 불매 조짐에 이어 일부 차주들 사이에서는 주행자체를 거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파사트를 타고 있다는 한 차주는 “언젠가부터 차를 타고 길을 나서기가 두려워졌다.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차를 주차장에 세워만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지 꽤됐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검찰의 압박보다 소비자들의 변심이 가장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폴크스바겐, 아우디 같은 차가 안 팔리는 것”이라며 “현금할인에 60개월 무이자했을 때 차가 잘 팔리면서 한국 시장의 수준이 드러났는데 이번에는 소비자들이 집단적으로 혹은 시민단체에서 나서 불매운동 등과 같은 적극적 대응을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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