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폴크스바겐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제공했을 때 크게 할인된 가격에 앞다퉈 차를 구입했던 소비자들이 달라지고 있다. 재고털이 차원에서 차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이전처럼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디젤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현금 배상을 해주면서 국내에서 외면하는 폴크스바겐 행태에 반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전처럼 할인해준다고 해서 덥석 구매하는 모습도 지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폴크스바겐 티구안 |
13일 14만명 이상 가입된 폴크스바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폴크스바겐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 곳은 다양한 폴크스바겐 차종을 소유한 고객들이 모여 신차 구매, 중고차 매매 관련 각종 정보를 주고 받고 차에 대한 소소한 의견들을 나누는 곳이었다. 그러다 디젤게이트 이후 폴크스바겐에 대한 성토장으로 바뀌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폴크스바겐 재구매를 포기했다는 글들이다. 한 차주는 “미국에는 막대한 배상금, 한국에선 신차할인,기존 고객들은 찬밥신세 등의 모습을 보면 정이 뚝 떨어진다”며 “대한민국 소비자, 폴스크바겐 오너들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댓글에는 “잊지 않겠다. 할인과 관계 없이 다음에는 폴크스바겐을 안 사겠다”,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기업을 움직인다”, “부도덕한 기업의 상품은 안 사는 것이 맞다”, “요즘에는 앞뒤 엠블럼 떼고 다니자는 캠페인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들이 따라붙었다.
신차 불매 조짐에 이어 일부 차주들 사이에서는 주행자체를 거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파사트를 타고 있다는 한 차주는 “언젠가부터 차를 타고 길을 나서기가 두려워졌다.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차를 주차장에 세워만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지 꽤됐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검찰의 압박보다 소비자들의 변심이 가장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폴크스바겐, 아우디 같은 차가 안 팔리는 것”이라며 “현금할인에 60개월 무이자했을 때 차가 잘 팔리면서 한국 시장의 수준이 드러났는데 이번에는 소비자들이 집단적으로 혹은 시민단체에서 나서 불매운동 등과 같은 적극적 대응을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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