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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리언셀러 작가 조정래, 그는 왜 교육소설을 썼나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사교육 시장은 광적으로 팽창해 지금 40조원을 넘습니다. 이 중 경제유발효과는 20% 정도. 경제가 나빠지고 있는게 사교육 때문이에요. 정부나 학교가 아무 대책이 없어서 이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가 조정래가 ‘정글만리’ 이후 3년만에 소설을 내놓았다. 대한민국의 참담한 교육현실을 소재로 한 소설 ‘풀꽃도 꽃이다’(해냄출판사)이다.

조정래 작가는 1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십년 자식과 손자를 키우며 느낀 교육현장의 위기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3년간 자료를 조사하고 초ㆍ중ㆍ고등학교 각급 학교 교실을직접 찾아 학생, 교사와 면담과 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3개월동안 매일 35~45매를 써 모두 2212매의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그는 현재 각 고등학교 교실에서 100명의 학생만 대상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나머지 250명은 방과후로 내모는 현실을 개탄했다. “한 명의 학생도 버려서는 안된다는게 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장미만 꽃이냐, 풀꽃도 꽃이다’는 생각에서 소설을 썼다”고 그는 말했다.

교실에서 이뤄지는 암기식, 찍기식 수업에 대해서도 작가는 목소리를 높였다.

“선진국들은 토론식, 창의, 논술을 생활화한 교육을 통해 발전된 인간상을 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1등 국가인 것은 군사력에 창의적 교육을 통해 원천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을 통해 전반적인 교육문제를 논의할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특히 대학진학 위주의 학교교육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했다. 대학에서 공부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까지 모두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 이런 사회적 인식과 관념을 고치려면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격차를 50만원을 넘지않게 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도로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1시간이나 의사의 1시간이 다르지 않게 되면 왜 대학에 가려하겠습니까.”

혁신학교, 대안학교도 작가가 제시하는 대안 교육 모델 중 하나. 이들 학교 학생의 90%가 만족스러워하고있다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판에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설은 어른의 시각을 보여주는 한 축과 청소년의 맨얼굴을 보여주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무너진 공교육의 실태 속에서도 잡초처럼 꿋꿋이 신념을 지켜가는 고등학교 국어교사 강교민, 삶의 목표를 오로지 고교생 아들의 대학진학에 두고 있는 전업주부 김희경, 원어민 영어회화 강사 미국인 포먼, 아이들 하나하나를 성심껏 챙기는 초등학교 교사 이소정 등이 어른세대를 이루는 한 축이다. 다른 축은 자신이 관심있었던 일을 하고 싶다며 부모와 갈등하는 최윤섭, 만화가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에 맞서 가출한 한동유,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와 불우한 가정 환경 때문에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버티는 고교생 배동기가 이 시대 청소년의 얼굴을 대변한다.

소설은 교육의 본질을 간과한 채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경쟁 구조를 날카롭게 짚어내며,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대한민국 백년대계를 세우기 위해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작가는 총체적으로 얘기한다.

그는 소설을 쓰면서 부모와 사회, 국가의 입장에 균형적으로 써나가는게 어려웠다며, 희망을 줘야 하는데 상처를 주는 건 아닌가 고심이 컸다고말했다.

그는 최근 ‘민중은 개 돼지’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바로 우리 교육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내놓는 소설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그는 ‘태백산맥’‘한강’‘아리랑’이 우리 과거를 돌아보는 작품이라면, ‘허수아비’‘정글만리’‘풀꽃도 꽃이다’는 현실을 토대로 미래의 전망을 밝히고자 했다며, “3년후 쯤에 나올 소설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란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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