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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환기株’ 띄웠지만…국내 미술시장 혼돈 속 성장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불안과 혼돈 속에 웃자라는 시장’.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시장은 이 한 줄로 설명될 것 같다. 경매사발 낙찰 신고가(新高價) 소식이 날아들었지만, 유명 작가들의 위작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돈 되는’ 김환기(1913-1974) 작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가까이 쏟아졌다. 국내 양대 경매회사는 기록 경쟁이라도 하듯 ‘주거니 받거니’ 김환기 작품 낙찰가를 띄웠다. 덕분에 김환기 작품은 국내 경매 최고가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웠다. 

국내 경매 1~4위를 차지한 김환기 점화 작품들. [사진제공=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국내 경매 1~4위를 차지한 김환기 점화 작품들. [사진제공=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국내 경매 1~4위를 차지한 김환기 점화 작품들. [사진제공=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국내 경매 1~4위를 차지한 김환기 점화 작품들. [사진제공=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그러나 이우환, 천경자 등 국내 블루칩 작가들의 위작 논란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증폭됐다. 특히 이우환의 경우 경찰이 위작으로 결론 내린 13점 작품에 대해 작가가 “진품”이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만 커지고 있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낙찰총액 1위 김환기…박서보 약진=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시장의 ‘우량주’는 김환기였다. 총 251억1800만원 규모(75점 출품, 43점 낙찰)의 작품이 경매에서 낙찰됐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와 ‘아트프라이스’가 국내 8개 경매회사(해외법인 포함)가 진행한 56건의 미술품 경매 기록을 토대로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술품 낙찰총액은 약 964억4000만원(8844점 출품, 6384점 낙찰, 낙찰률 72.2%)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27억3600만원에 비해 43%가량 증가한 수치다. 

2016년 상반기 작가별 낙찰총액 상위 10위 [자료제공=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김환기는 전년 동기 낙찰총액 62억3560만원(40점 출품, 34점 낙찰)을 4배 이상 훌쩍 뛰어 넘었다. 출품작 수도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 6월 K옥션 경매를 통해 김환기의 1972년작 청색 전면점화(‘무제 27-VII-72 #228’, 264×208㎝)가 54억원에 낙찰되며 국내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로써 국내 경매 낙찰가 1~4위는 모두 김환기 ‘점화’가 차지하게 됐다.

이어 2위는 정상화(84)로 약 69억5000만원(36점 출품, 32점 낙찰), 3위는 이우환(80)으로 66억5800만원(68점 출품, 55점 낙찰), 4위는 박서보(85)로 60억1400만원(59점 출품, 55점 낙찰)을 기록했다.

특히 이우환은 위작 시비에도 불구하고 전년동기 47억8339만원보다 더 높은 낙찰총액을 기록했다. 박서보는 경매에 출품한 작품이 대부분 판매되며 낙찰률 93%를 넘겼다. 경매시장은 서울옥션(51.17%)과 K옥션(41.24%)이 양분했다.

▶시장 커지는데 시스템은 여전히 후진적=국내 미술시장은 확연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와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가 미술시장연구소(소장 서진수) 자료를 토대로 30일 발표한 ‘2015 K-ARTMARKET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경매시장 규모는 약 1892억3500만원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미술시장 최대 호황기로 꼽히는 2007년(1926억6400만원)에 근접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추세로라면 2007년 기록을 깨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6~2015년 한국 경매시장 규모 [자료제공 : 미술시장연구소]

그러나 위작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다. 2007년을 전후로 이중섭ㆍ박수근 대규모 위작 사건이 터진데 이어 박수근 ‘빨래터’ 위작 논란으로 시장은 급랭했다. 2009년 경매시장 규모는 701억8006만원으로 반토막 넘게 쪼그라들었다.

위작 논란에 시장이 출렁이는 건 그만큼 한국 미술시장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미술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매출 총액 100위를 보면 36명만 생존작가고 나머지는 모두 작고작가였다”며 “36명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가들이 전무하다시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 시장인 경매회사가 화랑을 소유하는 구조 때문에 1차 시장이 완전히 붕괴됐다. 미술시장이 탄탄해지려면 1, 2차 시장이 구분돼야 하는데 이제 그에 대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작 논란이 빨리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명옥 한국미술관협회장(사비나미술관 관장)은 “미술시장은 20년 전보다 더 활력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화랑 몇 곳과 경매회사가 시장을 잠식하며 일반 군소 화랑들은 다 죽었다”는 것. 특히 위작 논란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쉽게 돈을 벌어왔던 대형화랑들은 시스템이 바뀌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면서 “어차피 그동안 곪아왔던 게 터진 것인데, 시장을 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미술계 전체를 위해 맞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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