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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버는 정부, 탈출구 있는 폴크스바겐...소비자만 손해본다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정부가 서류를 조작한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차량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해 인증취소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퇴출 수준의 압박카드를 던졌음에도 정상적으로 인증을 받지 않은 ‘불량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이번에도 별다른 배상이나 보상을 받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서류조작 차량 대부분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배출가스 기준치를 충족한다는 인증을 받아 정부는 추가로 배출가스 시험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배출가스 인증 시 서류를 조작한 차량에 대해서 새차로 바꿔주는 자동차교체명령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 


급기야 인증취소에 따른 가장 큰 타격은 출시 전 모델의 판매금지지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재인증을 통해 얼마든지 판매를 재개할 수 있다.

정부는 조작된 서류에 속아서 허울뿐인 인증을 해줬지만 이번에 서류조작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최대 300억원 이상의 막대한 과징금도 손에 넣게 된다.

그러는 사이 부도덕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무능한 정부에 속아 차를 사준 소비자들은 부분적 리콜 외에는 아무런 배상 혹은 보상을 받기 어려워졌다.

12일 환경부에 따르면 순수 배출가스 관련해 서류를 조작한 폴크스바겐, 아우디 모델은 32개로 전체 조작차량의 40%다. 이 중 23개가 경유, 9개가 휘발유 모델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23개 경유 모델의 경우 지난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디젤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 인증을 통과한 모델이라 이번 서류조작 판정 이후 재차 검증을 하지 않기로 했다.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위조했어도 기준치 충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가스 기준치 관련해선 이미 통과됐기 때문에 굳이 재검사할 필요가 없다”며 “유로6 외에 다른 부분에서 서류조작에 따른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에 환경부는 판매된 모델이 인증취소를 당해도 새차로 바꿔주는 자동차교체명령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대기환경보전법 50조 7항에 의하면 배출가스허용기준 불합격 모델에 대해 이미 판매된 차량의 경우 환경부 장관은 배출가스 관련 부품 및 자동차의 교체를 명령할 수 있다. 자동차교체명령은 현행법 상 소비자들이 완벽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서류조작 차량임에도 정부가 이미 인증해줬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반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빠져나갈 길이 있다. 인증취소 결정을 받더라도 다시 서류를 준비해 재인증을 받으면 판매금지를 피해갈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도 “판매금지를 내려도 업체에서 재인증을 통해 즉시 판매를 다시 시작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작된 서류만 보고 덜컥 인증을 해준 정부도 막대한 돈을 챙기게 된다. 차종 당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32개 차종이면 최대 320억원까지 과징금으로 받게 된다. 나아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에 따라 이달 말부터 최대 과징금이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10배 상향되는 점이 이번에 적용된다면, 정부는 무려 3200억원의 과징금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은 서류조작에 따라 실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발견될 경우 일부 부품 교체 등 제한적 리콜 조치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도 이번 행정처분은 인증취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필요할 경우 실제 결함이 있는지 조사할 수 있다는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배출가스 조작에도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미국 법원 사이트에 가면 연식별 모델별로 바이백(소유주 차를 되사주는 것)에 현금을 얼마씩 받을 수 있는지 다 나와 있을 정도로 우리와 현실이 극과 극”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배상과 보상은 법원에서 결정할 일이다. 이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소송에 참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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