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던 출판사 문학동네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도서전이 10월7일로 옮겨 열리자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준비로 경황이 없었지만 부스를 마련했다. 일종의 책임감에서였다.
예상은 했지만 정작 도서전에 참가해보니 이렇다할 출판사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괜히 나왔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 힘으론 역부족이구나!”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지난 6월15일부터 닷새간 열린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참가도 고민이 많았다. 지난해처럼 될 게 뻔했다. “들어가”“말아”를 한참 저울질하다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도서전 불참은 처음이다.
지난 6월15일부터 닷새간 열린 2016년 서울국제도서전은 그렇게 단행본 출판사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지난해 메르스사태와 도서정가제로 냉랭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참가했던 출판사들이 올해는 작정한 듯 모두 불참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이란 이름이 부끄러웠다.
불참한 출판사들은 서울국제도서전의 성격과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도서정가제 도입을 앞둔 시점인 지난해까지 서울국제도서전은 할인장터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는 사정이 또 다르다.
도서정가제로 할인폭이 제한되면서 현실적으로 이득이 되는 게 없다. 그런데 부스비는 6,7개를 쓰면 2000,3000만원이 들어간다. 불황에 적지 않은 금액이다. 여기에 도서전의 모호한 성격에 책 축제다움이 없다는 점도 힘빠지게 만든다고 출판인들은 말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단행본 출판사 중심의 한국출판인회의간의 해묵은 갈등도 파행을 불러왔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성과는 초라하다. 2012년에 견줘 참여출판사수는 225곳이나 줄었고 상담건수는 반토막도 안된다. 관람객수도 12만 6799명에서 10만여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문제점을 인식, 범출판계 민관공동추진체를 만들고 도서전 전담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아이디어가 모자라 길을 잃은게 아니다.
이런 정책에 앞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힘을 쏟아야 할 일은 출판사들을 춤추게 만드는 것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