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들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기업의 위험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최첨단 IT 시뮬레이션과 같은 하드웨어적 요소보다는 산업재해처럼 위기시 구성원들의 침착하고 차분한 대응을 유도할 수 있는 마음경영 프로그램들에 많은 경영진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IT 비즈니스계의 상징적인 기업에서 매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명상프로그램 영상이 참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었다. IT와 금융투자기업들이 명상이나 마음과 같은 추상적인 것에 집중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벽면에 걸려진 플랜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에 더 미묘한 것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때 바로 직관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더 명료하게 사물을 보게 되며 더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심포지엄 현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교육담당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러한 이유를 금방 알게 되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를 통해 기업의 진정한 혁신은 외형적·물리적 시스템이 아닌 구성원의 내적역량이 강화될 때만이 이뤄질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감성지능과 같은 내적역량의 강화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은 마음을 깨어있고, 평화롭게 하는 마음경영(Mind Biz)임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최근 경영학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마음경영의 개념을 설명하겠다. 마인드 콘트롤이나 명상과 같은 기법을 통해 마음이 맑아지고 고요해지면 차분한 감정인식과 자기통제로 연결되어, 위기시 침착하고 집중력있는 대응이 가능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순간순간 깨어있는 마음을 통해 업무의 몰입도와 생산성의 극대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특히 마음경영을 통한 감성지능의 개발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감정의 깊은 이해와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져, 기업조직의 화합과 통합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여러 학술논문으로 검증되고 있다. 리더십의 세계적 권위자인 윌리엄 조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주장인 “명상은 분주한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현재 일에 온전히 집중하게 해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며, 리더로서 동료와 협력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도 유익한 도움을 준다”는 마음경영의 효과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인상깊게 다가온 마음경영의 효과는 구글 등 IT기업들이 마음경영을 신규비즈니스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마음이 깨어있고 안정화가 되어 있을 때, 통합적 사고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통합적 사고란 다양한 현상 간의 비선형적인 인과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으며, 아이디어 간의 긴장을 건설적으로 이용해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글이 인터넷 서치엔진과는 전혀 다른 영역인 무인자동차∙태양열로봇∙유전자 프로파일링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마음경영 기반의 통합적 사고에서 기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시선을 한국으로 들리겠다. 최근 구조조정에 휩싸인 산업의 경우, 경영자들이 과거에는 단기적인 이익 관점에서의 성급한 투자판단을 한 것뿐만이 아니라 현재에는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체, 핵심인력들의 정리해고 중심의 감정적 위기 대처를 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영진과 근로자들과의 위기극복을 위한 상생적 화합의 모습은 전혀 없으며, 모두가 내부 갈등 속에서 위기를 방관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IT비즈니스의 대표적 선두업체인 한 대기업의 경우,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중국기업에 고전을 겪고 있다. 이제 한국의 기업들에게도 마음경영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대한민국의 CEO들이 차분하고 깨어있는 마음경영을 통해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의 가치창출활동의 근간인 내부구성원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힘을 합할 때, 위기를 극복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도출될 것이다. 마음경영이야말로 가장 추상적이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경영혁신전략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배기표(경제평론가ㆍ미국워싱턴주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