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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고용형태공시제 폐지돼야
지난 1일, 정부가 대기업 고용형태를 공시하자, ‘대기업 근로자 40% 비정규직…고용불안 심각’, ‘대기업, 정규직보다 용역업체 선호…10명 중 4명 비정규직’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내외 경기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기업들은 꾸준히 고용을 늘리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왔다.

오해를 산 것은 고용형태공시다. 2014년 처음 실시된 고용형태공시제는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주가 정규직ㆍ기간제ㆍ단시간 근로자 등을 직접 몇명이나 고용하는지, 사업장에 파견ㆍ하도급ㆍ용역 형태로 소속 외 근로자를 몇명이나 두고 있는지 공개하도록 했다. 입법취지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고용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소속 외 근로자’를 ‘간접고용과 나쁜 일자리’ 로 보도하면서, 산업 구조상 간접고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나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으로 불필요한 비난을 받고 있다.

철강ㆍ건설업 등은 간접고용률이 높은 산업이다. 올해 통계를 보면 소속 외 근로자 비율이 철강금속은 38.6%, 건설업은 44.5%로 나타났다. 철강의 경우, 일본에서 철강기술과 함께 사내하도급도 도입돼 다른 업종에 비해 간접고용 비율이 높아졌다. 그러나 일본의 주요 철강업체들이 70%를 외주화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업체들은 60% 내외로 일본 보다도 간접고용이 낮은 편이다.

건설업도 대기업 건설사(종합건설사)가 시공 계획을 세우면 토목, 전기, 통신, 소방, 조경 등 전문건설기업들이 차례로 협업을 통해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현재 종합건설사가 모든 면허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분야별 전문면허를 가진 업체들이 시공하면서 간접고용 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고용형태공시는 대기업 근로자가 간접고용 근로자로 중복 집계되는 문제도 있다. 건설업의 경우, 대기업에 속하는 전문건설기업(을)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대기업 종합건설사(갑)의 소속 외 근로자로 산정된다. 예를 들어, 300인 이상 대기업의 토목업체 근로자는 토목업체의 직접고용 근로자인 동시에 도급을 준 종합건설사의 소속 외 근로자로 중복 집계된다. 이로 인해 간접고용 근로자가 많이 산정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인 ‘양질의 일자리’에 속한 일부 근로자들이 도급을 준 기업의 ‘소속 외 근로자’로 분류되면서, 마치 처우가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로 오인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형태공시제는 궁극적으로 직접고용을 확대하도록 하기 위함인데, 과연 이것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지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 노동시장은 정규직을 채용하면 해고가 쉽지 않고,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로 인해 고비용 인건비가 불가피한 경직된 구조이다. 인건비가 낮고 부수적인 업무에 정규직 대신 파견, 하도급, 용역 근로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 문제를 마치 기업에게만 책임전가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처사이다.

현행 고용형태 공시는 대기업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만 주고 실익이 없는 제도다. 따라서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간접 고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과보호를 완화하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들이 간접고용형태의 직무를 흡수할 수 있도록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노사정이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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