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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즈뮤지션‘국악 대중화’를 꿈꾸다
피아니스트 조윤성 8월 제주서 루시드폴과 듀엣공연 준비 등 분주한 나날…한국음악 재해석 ‘여우락공연’ 기대하세요~


“제가 남미 베이스(Base)라서…”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43)은 ‘나이스(Nice)’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첫인상을 갖고 있다. 외모 때문이 아니라 상냥한 말투, 여유로운 제스처,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인상이다. 남미 카리브해의 태양같은 밝음이랄까. 음악가에게 기대할 법한 까칠함 혹은 예민함 같은 건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조윤성은 13살에 가족과 함께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나 10대를 보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음악원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공부하다 미국 LA 멍크인스티튜트(Thelonious Monk Institute of Jazz)에서 재즈 피아노로 본격 전향했다.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스승은 아버지. 길옥윤, 박춘석, 엄토미(배우 엄앵란의 아버지) 등과 활동했던 1세대 재즈 아티스트이자 드러머인 조상국(1939~2013) 씨다.

16~17일 ‘여우樂’서 박종훈과 듀오 무대

2011년 귀국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윤성은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못할 만큼(!)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오는 7월 16~17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듀오 무대를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은 7월 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국립극장 ‘여우樂(락) 페스티벌’의 아티스트로 참여한다. 2014년 드라마 ‘밀회’에 손가락 출연으로 유명해진 박종훈 역시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세이무어 립킨을, 이탈리아 이몰라 피아노 아카데미에서 라자르 베르만을 사사한 실력파 피아니스트이다. 두 천재 음악가의 조우가 기대를 모은다.

조윤성의 가족은 아버지를 포함해 큰 누나(성악), 작은 누나(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모두 음악가의 길을 걸었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아버지다.

“신촌에 ‘야누스’라는 재즈클럽이 있었어요.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가 자주 데려간 곳이에요. 대학생들이 줄 서서 볼 정도였죠. 한국에 재즈가 막 싹트던 시기였으니까. 박성현(야누스 대표) 선생님이 노래하고 이판근, 김수열, 강대관, 그리고 저희 아버지까지 함께 공연하는 모습들을 보곤 했어요. 거기서 신관웅 선생님도 처음 만났고요.”

조윤성이 미국으로 건너간 건 1996년. 미국 버클리음대를 다니던 조윤성은 1998년 동양인 최초로 마르시알 솔랄(Martial Solal) 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랑 프랑스 여행을 하려고 갔는데 입상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독창적인 연주 스타일을 눈 여겨 본 건 미국의 재즈 트롬보니스트 할 크룩(Hal Crook). 그의 제안에 따라 조윤성은 재즈 뮤지션들의 꿈의 아카데미 코스를 밟게 됐다. 바로 멍크재즈인스티튜트다. 전세계에서 2년에 한번씩 딱 7명만 뽑는 음악 교육기관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2년동안 뮤지션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이 따른다. 

국립극장 ‘여우樂(락)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의 최종 목표는 국악의 대중화다. 그는 “피아졸라가 아르헨티나 탱고를 세계적으로 만든 것처럼 한국 음악을 더 글로벌화시키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국립극장]

허비 행콕·웨인 쇼터 등 재즈 거장들과 월드투어

“솔직히 기대 안 했어요. 왕복 비행기표하고 3박 4일동안 머무를 호텔을 제공한다기에 놀러가자는 마음으로 갔죠. 그런데 오디션 장소에 허비 행콕같은 역사적인 재즈 아티스트들이 있는 거예요. 일주일 후에 결과가 나왔는데 합격이었어요. 전액 장학금에 투베드룸 아파트, 한달에 1000달러씩 용돈까지 받으며 공부를 하게 된 거죠.”

이후 데이브 그루신, 허비 행콕, 테렌스 블랜차드, 웨인 쇼터 등 세계적인 재즈 거장들과 협업 공연을 하며 미국을 거점으로 월드 투어 활동을 계속했다.

“20~30대 때 훌륭한 분들과 재미있는 공연을 많이 했죠. 그분들에게 음악적인 영향도 받았지만, 무엇보다도 친절함과 겸손함을 배웠어요. 역사에 기록될 재즈 뮤지션들인데, 실제로 만나면 너무나 편안하더라고요.”

이후 실용음악계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뮤지션스인스티튜트(MI)에서 교수직을 얻었다. 재즈 앙상블, 작곡, 편곡 등을 가르치며 2010년까지 재직했다.

공부는 미국에서 했지만 ‘베이스’는 여전히 남미다.

“미국이 학구적이라면 남미는 실용적이에요. 실전 위주죠. 미국 학교가 경직돼 있고 포멀(Formal)한 면이 있다면, 남미의 교육은 여유롭고 흥을 북돋우는 방식이에요. 버클리에도 남미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가르치는 방식이 달랐어요. 클럽에 가서 연주하고 춤도 추라고 했죠. 미국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경기장 뒤편에 살았는데, 거기 살사클럽에서 친구들과 함께 잼(즉흥연주)도 많이 했죠.”

루시드폴과 공연·가수 박지윤 앨범 작업등 분주

2011년 이후 한국에서 활동은 ‘광폭’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4년 윤종신의 ‘저스트 피아노(Just Piano)’ 앨범을 함께 작업하고, 루시드폴의 5집부터 7집까지 함께 하기도 했다. 8월 제주도에서 루시드폴과 듀엣 공연도 앞두고 있으며, 현재 가수 박지윤 앨범 작업이 한창이다. 클래식 연주자 성민제(더블베이스)와 협연 무대를 갖고, 국립국악원 수석 해금 연주자와 앨범 작업을 하는가 하면, 국립현대무용단 작품 ‘11분’의 곡 작업을 하기도 했다.

미술에도 관심이 많다. 화가들과 협업하거나 아크릴화, 유화를 직접 그려 공연할 때 선보이기도 한다. 이번 여우락 공연에서는 선드로잉 아티스트의 작업을 함께 보여줄 예정이다.

재즈 뮤지션인 그가 추구하는 건 동양적인 정신성이다. 요가를 즐기는가 하면, 템플 스테이 음악도 만들었다. 그는 “카톨릭 음악도 했고, 기독교 음악 쪽도 활발하게 활동했다”며 웃었다.

조윤성의 최종 목표는 의외로 국악의 대중화다. 이번 여우락 공연에서도 국악을 기반으로 클래식과 재즈의 합을 맞출 예정이다. 그는 “서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국악을 재조명하고 해석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초 발데스(Chucho Valdes)가 뉴욕을 거치며 아프로 쿠반 재즈(Afro Cuban Jazz)를 알렸고, 피아졸라(Astor Piazzolla)는 뉴욕 생활을 통해 아르헨티나 탱고를 더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었어요. 브라질 민속음악의 영웅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 역시 뉴욕 재즈의 영향을 받았고요. 한국 음악을 한국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서양적인 시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면 더 글로벌화되고 더 잘 알려지지 않을까요.”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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