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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경찰관 여고생 성관계 사건] “우리 아이 어떻게 상담 맡겨?”…경계대상 된 함량미달 SPO
-학교전담경찰관(SPO) 자질 의심 시각 널리 번져

-SPO 숫자 태부족, 전문성도 대부분 능력 미달돼

-SPO 1명당 학생 5400명 담당…女 SPO는 더 부족

-학폭, 범죄로만 대해 잇달아 비교육적 행태 보여

-관련전공자 대상 특채서도 전문역량 확인도 미흡



[헤럴드경제=원호연ㆍ신동윤 기자] 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SPO) 두 명이 각각 자신이 선도하던 여고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져 사회적 파문을 낳고 있는 가운데 학교 내 폭력과 왕따 문제 등을 다루는 SPO의 숫자가 부족함은 물론 전문성도 결여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SPO가 교육과 관련된 상담을 해야 하는 만큼 관련 역량을 가진 인재로 뽑기 위해 선발 과정을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2011~2012년 학교 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경찰은 학교폭력을 근절할 대책 중 하나로 ‘SPO 제도 운영계획’을 밝힌 뒤 2012년 6월 발족식을 갖고 SPO를 본격적으로 학교 내에 파견했다. 첫해 각 경찰관서 내 여성청소년 관련 업무를 보던 경찰 인력의 재배치를 통해 193명의 SPO를 확보했고 이후 그 숫자는 2013년 606명, 2014년 1078명, 지난해에는 1138명까지 늘려 학교 현장에 파견했다. 

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SPO) 2명이 자신이 선도하던 여고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사건이 벌어지면서 SPO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그러나 이들이 전국의 1만1590여개 각급 학교와 500개 남짓의 대안학교에 다니는 610여만명의 학생을 전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0명이 갓 넘는 규모의 SPO는 태부족한 상황이다. SPO 한 명당 10.6개교, 5400여명의 학생을 돌봐야 한다.

여학생의 고충을 들어줄 여성 SPO 부족 문제도 제기된다. 서울 노원구의 한 중학교 교사 김모(33) 씨는 “요즘 대부분의 학교에서 남녀 공학인데 여성 SPO가 부족해 여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상황이나 마음을 완전히 터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학생은 여경이 상담하기로 했지만 이를 담당한 여성 SPO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관할 범위의 한계와 교육지원청과의 연계 문제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한명의 SPO가 담당하고 있다. 문제 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하더라도 지속적 관찰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초등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겪는 문제가 천차만별인 만큼 전문적 대응은 어렵다는게 교육계의 시선이다.

이처럼 SPO의 숫자가 적고 다른 업무를 보던 경찰관으로 보충하다보니 전문성 문제가 거론된다. 서울 관악구의 한 중학교 교사 김모 씨는 “우리 학교에 오는 SPO는 교사 교육을 받은 사람처럼 학생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학생들을 잘 대하지만 주변 학교 얘기를 들어보면 학생들은 물론 교사와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등 함량 미달 SPO가 많더라”고 했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SPO가 기본적으로는 교육자로서 관점과 자질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학교폭력을 교육의 대상이라기보단 범죄로 바라보다 보니 교사라면 하지 않을 욕설을 하거나 학생들의 심리적 상태를 섬세하게 고려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찰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아동ㆍ청소년 교육ㆍ상담ㆍ심리학 관련 학사 이상 학위를 가진 전공자를 대상으로 SPO를 특별채용하고 있다. 지난해 81명의 특채 SPO가 처음으로 일선 학교에 배치됐고 현재 80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5년간 SPO로 의무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2018년에 가서야 각 관서당 1명씩 배치되는 상황이라, SPO 전문성 강화는 더딜 수 밖에 없다.

관련 전공자 중에 선발한다지만 실제 이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선발 과정에서 개인의 전문 역량을 평가할 채용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신승민 씨가 지난해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 ‘학교전담경찰관 제도의 운영실태와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에 따르면 SPO의 신규 채용 시험 절차는 일반 순경 공개채용 시험과 동일하게 ▷필기시험 ▷서류전형 ▷신체검사 ▷체력검가 ▷적성검사 ▷면접시험으로 진행된다.

필기 시험 과목 역시 일반 순경과 동일하다. 이는 교통전담 경찰관 특별 채용시 필기 시험을 경찰교통론 및 교통공학에 관한 구술 시험으로 대체한 것과 대비된다. 면접 역시 면접위원이 관련 전공을 이수한 전문가로만 편성되지 않고 시간적 문제로 전문성을 면밀히 확인하기 어렵다.

신규 채용된 SPO는 총 34주간의 신임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 역시 일반 순경 신임 교육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현장 교육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실습과 실무교육 984시간이 부여되지만 교육 기관의 여건상 SPO에 특화된 세부 교육프로그램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이 논문은 지적하고 있다. 실무교육 역시 경찰 기능 전반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을 채우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SPO를 포함한 여성청소년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경찰교육원에서 총 35시간의 청소년 업무 관련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육은 ▷학교 폭력 분쟁해결 ▷소년범 수사절차 및 조사 기법 ▷소년 분류 및 심리절차 이해 ▷범죄예방 교실 실습 등의 과목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대해 논문은 “교육 대상자들의 적극 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교육 과정 및 내용에 대한 지속적 점검과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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