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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담아미의 문화쌀롱] 파자마 입은 백색발레…발 끝 ‘푸앙트(Pointe)’ 빼고 다 바꿨다
-클래식 비튼 매튜 본 ‘잠자는 숲속의 미녀’ 완벽한 컨템포러리
-스토리라인은 밋밋…‘백조의 호수’ 명성에는 기대 못 미쳐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마법이 걸려 잠이 든 공주.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다’.

차이코스프키의 고전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Sleeping Beauty)’가 이 한 줄의 콘셉트만 빼고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됐다. 영국 안무가 매튜 본(Matthew Bourneㆍ56)에 의해서다.

심지어 마법에 걸려 잠든 공주를 키스로 깨어나게 하는 건 왕자가 아닌 궁중 정원사다. 공주와 사랑에 빠진 궁중 정원사는 뱀파이어가 돼 100년의 사랑을 지킨다. 

매튜 본 ‘잠자는 숲속의 미녀’ 한 장면. 무용수들은 클래식 튀튀가 아닌 궁중복식, 혹은 파자마를 입고 등장한다. ‘발레블랑’은 상의를 탈의한 채 흰색 파자마를 입은 남성 무용수들의 군무로 이뤄진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잠에서 깨어난 공주 역시 뱀파이어로 환생, 뱀파이어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그리하여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결말로 막을 내린다. 이쯤 되면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는 타이틀은 필요 없어 보인다.

발레의 형식 역시 발 끝 ‘푸앙트(Pointe)’만 빼고 다 바뀌었다. 오히려 클래식 발레라기보다 컨템포러리에 더 가깝다. 파소도블레(Paso doble)를 응용한 춤 동작도 등장한다.

우아한 클래식 튀튀(Tutu)도 없다. 무용수들은 19세기 유럽 궁중 복식을 하고 토슈즈를 벗은 채 맨발이거나, 구두, 부츠, 스니커즈 등을 신고 춤을 춘다. 여성 무용수들의 군무로 이뤄지는 고전 발레 특유의 ‘발레 블랑(Ballet Blancㆍ백색 발레)’은 상의를 탈의한 채 흰색 파자마 바지를 입은 건장한 남성 무용수들로 채워졌다. 

매튜 본 ‘잠자는 숲속의 미녀’ 한 장면. [사진제공=LG아트센터]

22일 매튜 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7월 3일 LG아트센터)’가 한국 초연됐다.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와 함께 차이코프스키 3대 걸작 고전발레이자, 매튜 본의 ‘차이코프스키 3부작’ 완결판이다. 2012년 영국에서 초연됐고, 북미 투어를 거쳐 한국으로 오게 됐다.

“지금부터 여러분이 소싯적 보셨던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잊어 주시기 바랍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안내 방송에서부터 이 작품이 원작과는 완전히 다름을 선포한다.

때는 1890년. 아이가 없던 왕과 왕비는 어둠의 요정 ‘카라보스’에게 빌어 공주 ‘오로라’를 얻게 되고, 감사 표시를 하지 않은 왕과 왕비에게 화가 난 카라보스는 오로라가 자란 후 장미 가시에 찔려 영원히 잠들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1911년. 카라보스는 죽고, 그의 아들 카라독에 의해 복수가 시작된다. 카라독은 성인이 된 오로라에게 다가가고, 카라독이 건넨 검은 장미의 가시에 찔린 오로라 공주는 100년동안 긴 잠에 빠진다. 

매튜 본 ‘잠자는 숲속의 미녀’ 한 장면. [사진제공=LG아트센터]

매튜 본의 ‘잠자는…’에서 스토리의 개연성을 발견하려 한다면 적잖이 실망할 수 있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잘 살았더래요”로 끝나는 이야기에서 대단한 감흥을 얻기란 쉽지 않다.

대신 매튜 본 무용단인 ‘뉴 어드벤처스’의 화려한 춤의 성찬은 2시간 넘는 러닝타임 동안 단단히 시선을 붙들어맨다. ‘댄스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구분되는 이 작품에서 극의 언어는 대사가 아닌 오로지 ‘몸짓’이다. 정형화된 춤 동작이 아닌, 발레, 현대무용, 뮤지컬, 탭댄스, 사교댄스가 뒤섞인 몸짓들은 시종일관 에너지가 넘친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본 관객이라면 신선함이 덜 할 수 있다. 근육질 남성 무용수들, 깃털 의상과 날개, 검은색 눈 화장 등 무용계 파격과 도발의 아이콘들을 만들어냈던 매튜 본의 ‘자기 복제’가 식상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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