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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아트바젤] 세계 미술계 ‘조용한 혁신’…제3세계를 주목하다
[바젤(스위스 글ㆍ사진)=김아미 기자] ‘제47회 아트바젤(Art Basel)’이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전세계 33개국 286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세계 유수의 미술관, 기관 300여곳의 관계자들을 포함, 약 9만5000명이 페어를 방문했다.

올해 아트바젤은 불안한 유럽 정세를 의식한 듯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바젤이 열렸던 이 시기 프랑스 파리에서는 파업과 시위가 격화했고, 영국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여성 정치인이 피살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유럽 정국이 혼란스러웠다. 이 때문인지 여느 해처럼 검은색 리무진을 탄 큰 손 컬렉터들의 행렬도 눈에 띄지 않았고, VIP들의 떠들썩한 프라이빗 파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아트바젤은 현대미술계 ‘조용한 혁신’을 보여줬다. 작가, 갤러리, 컬렉터 층이 다변화하고 있으며, 현대미술의 중심 축이 유럽, 미국 등 서구 중심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 3세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홍콩 출신 삼손 영의 언리미티드 전 작품 ‘캐논(Canonㆍ2015)’. 군복을 입은 병사가 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ㆍ음향대포) 유닛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가짜 새소리가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사운드 퍼포먼스. 남북 분단 상황에서 착안했다.
인도 여성작가 미투 센(Mithu Sen)의 설치작품 ‘Museum of Unbelongings(2016)’
아프리카 가나 출신 작가 엘 아낫수이의 가변형 설치작품 ‘Gli(Wallㆍ2010)’. 버려진 병뚜껑들을 이어 붙였다.

유럽, 미국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로…현대미술 중심축 이동=더 이상 ‘국경’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트바젤의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Galleries)는 오늘날 현대 미술계가 더 이상 작가, 딜러, 컬렉터의 지역색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서구 명문 갤러리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고, 신흥 갤러리는 유럽 대가들의 작품을 들고 나왔다.

2006년부터 아트바젤에 참가해 온 독일 베를린의 ‘터줏대감’ 바바라웨인(Barbara Wien) 갤러리는 인도, 멕시코, 스웨덴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한국 작가 양혜규의 작품을 들고 나왔다. 인터내셔널뉴욕타임즈는 바바라 웨인이 출품한 한국작가 양혜규의 작품 ‘소닉 스피어(Sonic Sphere-Diagonally Ornamented Copper(2015)’를 주요 작품으로 크게 소개하기도 했다.

또 올해 갤러리즈 섹션에 처음 참가한 멕시코시티 기반의 호세가르시아(Joségarcía ,mx) 갤러리는 덴마크 출신 조각가 마리 룬드(Marie Lund)의 작품을 들고 나왔다.

남미 작가들도 두드러졌다. 남미 작가들을 소개한 멕시코 1세대 현대미술 갤러리 쿠리만수토(kurimanzutto)의 디렉터 마놀라 사마니에고(Manola Samaniego)는 “가공되지 않은 재료들로 마초적이고 거친 느낌이지만 그 안에 유머와 감수성에 풍부해 서구 미술계가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쿠리만수토는 지난해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고, 테이트모던 터바인홀에서 현대자동차 커미션 프로젝트를 선보인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를 키운 갤러리다.

아트바젤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 한국 국제갤러리는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알렉산더 칼더, 존 챔벌린, 장 미셸 바스키아 등 서구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선보였다.

뉴욕 명문 리만머핀 갤러리는 전시장 2층에 부스를 냈다. 1층에 크고 ‘목 좋은’ 전통적인 개념의 좋은 부스 대신 2층에 자리를 잡은 것. 리만머핀은 아시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아시아 컬렉터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갤러리는 뉴욕 출신의 테레시타 페르난데즈(Teresita Fernandez)와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니콜라스 로보(Nicholas Hlobo)의 작품을 선보였다.

파리 명문 샹탈크루젤(Chantal Crousel) 역시 2층에 부스를 내고, 독일 사진작가 볼프강 틸만(Wolfgang Timan), 아르메니아 출신 작가 멜릭 오하니언(Melik Ohanian)의 신작을 소개했다. 

현재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재단(Beyeler Foundation) 미술관 전관에서 알렉산더 칼더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 아트바젤 갤러리 부스에서는 유난히 칼더의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사진은 영국 런던의 버나드 제이콥슨(Bernard Jacobson) 갤러리 부스. 칼더의 작품을 여러 점 출품했다.
미국 뉴욕의 헬리 나흐마드(Helly Nahmad) 갤러리는 칼더의 블랙 작품으로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전시 부스를 연출했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가 주목하는 작가들은 누구=아트바젤은 특화 섹터인 ‘언리미티드(Unlimited)’ 전시를 통해 단순히 미술품을 사고 파는 장터로써 뿐만 아니라, 미술계 담론을 이끌어내는 비엔날레의 기능까지 갖춘 페어로 역할을 확장시키고 있다. 한 갤러리가 한 작가의 작품을 집중 소개하는 언리미티드 전시는 일반 개막에 앞서 VIP들을 상대로 한 오프닝을 따로 열 만큼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언리미티드전을 보면 오늘날 현대미술계가 어떤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미술사적 의의와 시장에서의 상업성을 두루 갖춘 작가들이 ‘견본시장’ 같은 이 곳에 집결되기 때문이다. 주로 사이즈가 큰 회화, 설치 작품들을 선보인다.

올해 언리미티드전에서는 20세기 작가들의 1970~1990년대 구작들과 동시대 현대미술가들의 신작들까지 총 88점이 소개됐다.

솔 르윗(Sol LeWittㆍ1928-2007), 제임스 로젠퀴스트(James Rosenquistㆍ1933년생),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ㆍ1936년생),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ㆍ1943년생), 폴 매카시(Paul McCarthyㆍ1945년생), 마이크 켈리(Mike Kellyㆍ1954-2012) 같은 작가들의 과거 작품들과 함께, 엘름그린&드라그셋(Elmgreen&Dragsetㆍ각각 1961, 1969년생),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ㆍ1963년생), 볼프강 틸만(Wolfgang Timanㆍ1968년생), 한스 옵 드 빅(Hasx Op De Beeckㆍ1969년생), 케이더 아티아(Kader Attiaㆍ1970년생) 등 동시대 작가들의 신작들이 대거 어우러졌다.

비엔날레가 주목하는 작가들도 눈에 띄었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평생공로상(Lifetime Achievement)’을 수상한 아프리카 가나 출신 작가 엘 아낫수이(El Anatsuiㆍ1944년생)의 설치작품 ‘Gli(Wallㆍ2010)’이 등장했고, 스위스 국가관 작가였던 파멜라 로젠크란츠(Pamela Rosenkranzㆍ1979년생)는 설치 신작 ‘블루 런스(Blue Runsㆍ2016)를 선보였다.

언리미티드 전에서도 아시아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시를 기획한 지아니 예처(Gianni Jetzer) 큐레이터는 홍콩 출신의 삼손 영(Samson Yongㆍ1979년생), 인도 출신의 미투 센(Mithu Senㆍ1971년생) 등을 주목할 만한 작가로 꼽기도 했다. 

스위스 취리히 기반의 갤러리 Gmurzynska. 호안 미로 작품들로 마치 작은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부스를 꾸몄다.
루이스 부르주아, 로니 혼, 알렉산더 칼더, 마이크 켈리의 작품들을 들고 나온 하우저&워스 갤러리.

어떤 작품이 팔렸나=올해 아트바젤에서도 미술품 판매가 순조롭게 이뤄졌다. “만약 아트바젤에서 좋은 작품을 팔지 못한다면, 그 어디에서도 팔 수 없을 것”이라 호언했던 마크 스피글러(Marc Spiegler) 아트바젤 총 디렉터의 말처럼, 퀄리티 높은 작품들이 잇달아 새 주인을 찾았다.

아트바젤 주최 측에 따르면, 뉴욕, 런던에 기반을 둔 스카스테드(Skarstedt)갤러리는 언리미티드에 출품한 마이크 켈리의 1989년작 ‘Reconstructed History’를 150만달러(약 17억4700만원)에 판매했다.

파리, 잘츠부르그 기반의 타데우스로팍(Thaddaeus Ropac) 갤러리는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ㆍ1938년생)의 회화 2점을 각각 약 50만유로(6억6000만원)에 판매했다. 거꾸로 된 인체 그림으로 유명한 바젤리츠 작품은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를 기점으로 아트바젤, 프리츠아트페어 등에서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

뉴욕, LA, 런던, 취리히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 최고 ‘아트파워’ 하우저&워스(Hauser & Wirth)갤러리는 폴 매카시의 2016년 신작 ‘Picabia Idol’을 75만달러(약 8억7400만원)에 팔았다. 특히 하우저&워스가 언리미티드전에 출품한 매카시의 1994년작 ‘토마토 헤드’는 475만달러(약 55억원)에 미국인 개인 컬렉터의 품에 안기게 됐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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