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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뜨면 OST도 뜬다?
‘태후’ OST 초호화 라인업…차트 올킬
제작비 많이 투입할수록 승률 높지만
시청률-드라마음악 흥행 일치하진 않아



드라마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 시장도 ‘양극화’에 접어들었다. 지난 3월 종영한 KBS2 ‘태양의 후예’는 한중 양국을 아우르는 인기에 힘 입어 공개되는 OST마다 ‘차트 줄세우기’를 실현했다.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 이례적인 성공 사례였다.

OST 시장에서 초호화 라인업의 가수들을 꾸리는 대작 드라마는 최고 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성공 사례는 흔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많게는 작은 드라마의 경우 3억, 큰 드라마의 경우 5억까지 제작비를 들여 OST를 제작하지만 현재 5000만원~1억원의 매출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컬러링, 벨소리 시장이 살아있을 때는 OST도 호황을 맞았으나 현재는 대부분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잘 나가는 드라마의 OST는 뛰어난 인기가수를 섭외하고, 막강한 작사가, 작곡가, 프로듀서가 참여해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어낸다.”

뜨는 OST는 따로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드라마가 떠야 OST도 주목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OST 인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대작드라마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다. KBS2 ‘태양의 후예’만 해도 김은숙 작가와 송중기 송혜교 등 톱스타 캐스팅에 윤미래 거미 케이윌 린 SG워너비 등 초호화 가수 라인업을 꾸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본적으로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잘 나가는 드라마의 OST는 가수 역시 가창능력이 뛰어난 인기스타를 섭외하고, 막강한 작사가, 작곡가, 프로듀서가 참여해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어낸다”라며 “자본의 논리이지만 최고의 퀄리티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곡을 만들기에 ‘좋은 대본’에 더해 “좋은 노래와 좋은 가수가 만난”(작곡가 로코베리) 드라마 OST는 승률이 높다.

드라마의 인기, 즉 시청률로 인한 유입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숱한 드라마 OST를 히트시켜온 관계자들은 시청률이 반드시 히트 OST의 요건을 아니라고 말한다. 드라마 OST는 결국 “노래만 듣고서도 드라마를 연상시켜야”(마주희 CJ E&M 음악사업부 팀장) 하기 때문이다. OST를 만드는 작곡가, 프로듀서의 역량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태양의 후예’ OST를 담당한 송동운 총괄 프로듀서(CJ E&M 음악사업부문 연기자매니지먼트팀 총괄이사)는 “각 회차에 따라 노래 분위기와 가사를 미리 맞춰 매주 드라마에 걸맞은 콘셉트로 OST를 제작한다”고 말했다.

사실 시놉시스나 대본만을 보고 촬영되지 않은 영상에 걸맞는 OST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MBC ‘한 번 더 해피엔딩’, tvN ‘기억’ 등에 참여한 인디밴드 에이프릴세컨드 김경희는 “OST 곡을 만들 때는 톤을 잡는 작업을 가장 중시한다. 대본을 본 뒤 이 영상이 어떤 톤의 그림으로 나올지 상상을 하고 거기에 걸맞는 음악을 만든다”며 “영상과 음악이 붙었을 때 어떤 느낌인지, 어떤 콘셉트인지를 먼저 고려한다”고 말했다. tvN ‘아홉수 소년’에 참여했던 슈가볼 고창인 역시 “OST의 경우 곡의 목적 자체가 좋은 배경으로 극을 뒷받침해야 하는것이기 때문에 캐릭터, 시놉시스 등을 통해 장면을 생각하고 그것에 맞춰 따라가는 것에서 곡 작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곡 작업에 돌입하면 OST만의 특징이 나온다. 기존 대중음악과의 차별점도 있다. ‘태양의 후예’ OST에 작곡가로 참여했던 로코베리는 “감정선을 건드리되 기승전결을 갖춘 곡, 후렴에선 상향되는 느낌”을 강조했다. 에이프릴 세컨드 김경희는 “일반적인 밴드곡과 달리 제일 캐치한 훅을 앞부분으로 빼서 기억에 남게 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콘셉트와 분위기를 잘 살린 OST는 방영 시점에 맞춰 파트1, 2, 3이라는 숫자를 붙이며 매회 방송 직후 한 곡씩 공개된다. OST를 통해 드라마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드라마와의 연상작용을 통해 OST의 인기를 이어가는 상호작용이다.

하지만 드라마 OST의 수명은 짧다. 불과 2~3개월, “드라마 방영 기간”이 OST의 수명이라는 시각이 많다. OST의 장기집권은 제작자들의 꿈이기도 하다. 최근엔 이 같은 사례도 적지 않다. 봄이 되자 차트에 재진입한 OST도 등장했다. 2015년 방영된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 OST 파트2다. 당시 로꼬와 여자친구 유주가 부른 ‘우연히 봄’은 KT뮤직 지니 기준 무려 7개월 넘게 차트를 떠나지 않았고, 지난 3월 순위까지 상승하며 ‘시즌송’의 조짐도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이유로 OST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드라마를 떠나 하나의 음원, 노래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곡이어야 한다”(송동운 프로듀서)고 강조한다. “모든 음악이 그런 것처럼 곡 자체가 좋아야”(에이프릴 세컨드 김경희) 성공확률이 높은 데다 “인기의 수명도 길다”(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것이다.

장르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 장르가 로맨틱코미디나 멜로에 가있을 때 OST도 힘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기 드라마 OST는 대부분 로코와 멜로에서 나왔다. 장기집권을 이룬 ‘냄새를 보는 소녀’를 비롯해 ‘태양의 후예’, 현재 방영 중인 ‘또 오해영’ 역시 남녀간의 로맨스에 중심을 둔 드라마다. 반면 지난해 방송된 ‘시그널’은 시청률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데다 OST 자체에 대한 평가도 높았으나 차트 진입에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에이프릴 세컨드 김경희 역시 “다가가기 쉬워야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했다. 남녀주인공의 감정선에 따라 가수들의 노래가 흐르니 드라마 OST로의 이입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로코나 멜로물의 경우 다양한 가수들의 노래가 삽입될 수 있다는 점도 흥행이 높은 이유다. ‘또 오해영’ OST 프로듀서인 마주희 CJ E&M 음악사업부 팀장은 “장르물의 경우 액션, 호러물이라고 가정했을 때 가창곡이 나오기에 제한적이다. 가창곡이 나온다고 해도 특징이 있는 한 곡 정도만 나와 노출도 어렵고 제작도 어렵다”라며 “가창이 아닌 BGM으로 채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로코나 멜로물은 노래가 쓸 자리가 많아 노출할 수 있는 자리가 많고, 감정선에 따라서 여러 장르의 노래들을 노출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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