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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이 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구글노잉
인식론’ 분야 세계적 석학 마이클 린치 방한
인터넷정보, 성찰과정없이 맹신은 큰 문제
美 올랜도참사같은 극단적인 행동 부를수도
디지털시대 진정한 ‘앎’을 얻기 위해선
합리적 소통플랫폼·교육 고민 필요해



#. 초소형화된 스마트폰이 사람의 뇌와 직접 연결되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마음속으로 단 한번 생각하면 어떤 정보에도 접속할 수 있다. 눈 한번 깜빡이는 걸로 사진을 찍고 누구이건 생각만으로 그 사람에게 연락할 수 있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인간 인터넷’ ‘뉴로 미디어’의 세계다.

공상과학같은 얘기만은 아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 래리 페이지는 뇌에 전극을 꽂아 직접 인터넷에 접속토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렇게 여러 세대가 흘러 어느날, 환경재앙이 닥쳐 뉴로미디어 기능을 보장하던 전자 통신망이 파괴됐다고 해보자. 인류가 자랑하는 지식에접근할 수 없을 뿐 만아니라 생활 속 사소한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정상인이 장님이 된 거나 다름 없다. 오랫동안 자동적으로 정보를 얻는데 익숙해진 탓에 기억하고 생각하고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상실해버렸기 때문이다.

인식론 분야의 세계적 석학 마이클 린치 코네티컷대 교수는 저서 ‘인간 인터넷’의 한국 출간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이런 시나리오는 정보기술이 우리가 세상을 아는 방식을 바꿔 놓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정체성을 바꿔놓게 된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정보기술을 어떻게 습득해야 하는가란 문제를 던진다. 또 디지털시대에 앎이란 무엇인가란 근본적인 질문을 포함한다.

린치 교수는 현재 인터넷이 바꿔놓고 있는 정보습득을 ‘구글 노잉(Google-knowing)’으로 표현했다. 모든 답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구글링을 마치 지각작용처럼 의심없이 그대로 믿는다. 단지 정보의 유통일 뿐인데도 그렇다.

린치 교수는 ‘구글 노잉’의 특징은 실제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방해하고, 내 주장이 옳다는 극단주의로 치닫게 한다.

이런 착각은 다른 방식의 앎, 성찰하고 복잡한 사고를 하는 다른 방식의 앎은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민주주의에 위협적이다. 민주주의란 지식의 민주화를 의미하는데,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지 못하거나 얻으려 하지 않는 것은 무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때 미국인들은 차와 사랑에 빠졌고 좀 더 빠르게 목적지로 갈 수 있다는 데 열광했다. 그리곤 목적지를 가는데 자동차 말고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이게 디지털 기술이 우리에게 하고 있는 일이다.”

린치 교수는 “인터넷 시대가 열렸을 때, ‘지식의 민주화가 이뤄졌구나!’ 하고 흥분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는 않았다”며, “인터넷은 저마다 방에서 큰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다. 목소리가 큰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고 비유했다.

린치 교수는 “구글노잉의 또 다른 특징은 내가 안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의존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더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목소리가 가장 크거나 크게끔 만든 사람의 의견만 듣게 되는 경우, 진실은 덮어지고 조작이 용이해진다.

인터넷 역설이란 게 있다. 남도 다 알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근거를 다 찾아낼 수 있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가령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으면, 그런 생각을 가진 이를 실제로 인터넷에서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정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신뢰할 만한 증거가 중요하며, 누구의 증거인가가 중요해진다. 린치 교수는 “달착륙이 가짜라고 말하는 사람도 다 증거를 갖고 얘기한다. 증거란 것이 무엇인가, 공통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보의 무비판적 수용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다. 플로리다 총기사건이 바로 그런 예라고 린치 교수는 설명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정보기술의 발달을 막거나 기기를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는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구글 노잉 말고 다른 앎의 방식이 필요하다”며, “합리적인 근거, 증거가 있는 정보를 교환하도록 인터넷이 디자인돼야 한다”고 말한다.

“‘합리적인 근거를 대라’고 상대에게 요구하고 그를 교환하는 공통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안다’는 것은 그저 사실의 목록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교육이다,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스킬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린치 교수는 “다운로드를 통해 일정 수준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다운로드받는 것은 그 경험을 직접 하는 것과 다르며, 맞닥뜨린 현실 상황에서 개인적인 시행착오를 겪고 창조적 적응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요컨대 다운로드 방법으로는 어떤 것에 숙달할 수 없다. 그리고 그에 수반하는 이해도 얻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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