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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시인의 비극적 삶음악의 힘으로 재탄생 한국 초연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한국 초연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이야기 전개가 대체적으로 느슨하다. 선악 대결은 모호하고, 러브라인은 때로 뜬금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음악의 힘이다.

한국 초연된 ‘에드거 앨런 포(5월 26일~7월 24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는 미국의 셰익스피어로 일컬어지는 19세기 천재 시인이자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ㆍ1809-1849)의 비극적 삶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한 장면.

뮤지컬 ‘에드거…’는 알란 파슨스와 함께 ‘알란파슨스프로젝트’를 결성한 멤버이자 작곡가였던 에릭 울프슨(Eric Woolfsonㆍ1945-2009)의 유작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울프슨은 특유의 음울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프로그레시브록의 대중화에 기여했던 인물이다. 우리에게는 영화 ‘비열한 거리’의 OST에서 쓰였던 ‘올드 앤 와이즈(Old and Wise)’로 익숙하다.

뮤지컬에서는 ‘갬블러’와 한국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로 잘 알려져 있다. ‘에드거…’는 울프슨의 음악에 김성수 음악감독이 새로 쓴 곡을 더했다. 김 감독은 ‘첫 대면’, ‘갈가마귀’, ‘다른꿈’ 등을 직접 작곡했고, 서곡과 프롤로그, 2막 오프닝 곡과 전체적인 언더스코어를 추가했다.

‘에드거…’의 넘버들은 일반적으로 한국 뮤지컬 팬들이 좋아할 만한 곡들은 아니다. 배우가 탁월한 성량을 뽐내며 고음을 내지르는, 클라이막스만 부각되는 곡들은 없다. 대신 느슨한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는 저력을 발휘한다. 1막 ‘모르그가의 살인사건(The murders In The Rue Morgue)’이나, ‘내 눈 앞의 천재 (It Doesn‘t Take A Genius)’ 같은 앙상블 곡들도 빼어나다.

특히 귀를 사로잡는 곡은 1막 후반부 주인공 포가 부르는 ‘함정과 진자(The Pit and the Pendulum)’. 사랑에 배신당한 포가 알콜과 약물 중독으로 천재적 재능이 잠식돼 가는 과정이 이 곡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또한 이 곡은 포를 동경하면서도 질투하고, 결국 그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그리스월드’에 의해 다시 한번 반복(Reprise)된다. 3인칭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포의 협력자였던 그리스월드가 이 곡에서 마침내 ‘악역’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포 역을 맡은 마이클 리와 그리스월드 최수형의 조합은 이질적인 듯 하면서도 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여전히 ‘교포오빠’ 같은, 마이클 리의 어색한 한국어 발음 때문에 대사 부분이 때로 귀에 거슬리지만, 그의 맑고 청량한 보이스만큼은 사뭇 가냘픈(?) 외모와 함께 유약한 천재 시인의 현생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수형은 남성적이고 묵직한 보이스로 균형을 맞춰 준다. 마이클 리와 함께 김동완, 최재림이 포 역을, 최수형과 함께 정상윤, 윤형렬이 그리스월드 역을 맡았다.

포의 첫사랑 ‘엘마’와, 포의 사촌동생이자 아내인 ‘버지니아’가 극 중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쉽다. 주인공 한 사람의 비극적 일대기를 그리느라 주변 인물들이 지나치게 ‘단역’이 됐다. 1막 초반 타이포그라피를 이용한 영상 디자인에 힘이 과하게 들어간 것도 관객들로 하여금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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