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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컬렉터 몰린 ‘아트바젤’…상업성·예술성 ‘두 토끼’ 잡다
33개국 286개 갤러리 참여, 16일 개막
소장가치·작품성 있는 ‘핫’한 작가 엄선
오프닝 ‘언리미티드’展에 미술계 ‘큰손’ 북적
양혜규 작가 ‘솔르윗 뒤집기’도 출품 주목



[바젤(스위스)=김아미 기자] “일반 관람객보다 VIP가 더 많은 것 같다.”

13일 오후 4시(현지시각) 스위스 바젤 메세플라츠(Messeplatz). 세계 최대 미술장터 ‘아트바젤(Art Basel)’의 ‘언리미티드(Unlimited)’전을 보기 위해 전세계 각지에서 날아 온 VIP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①언리미티드전에 출품된 국제갤러리 양혜규 작가의 블라인드 설치작품 ‘솔르윗뒤집기-23배로 확장 후 셋으로 나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2015)’.
②미국 작가 폴 매카시(Paul McCarthy)의 1994년작 ‘Tomato Head(Greean)’.
③1960년대 전위예술운동 ‘플럭서스’를 발전시켰던 미국 작가 앨리슨 놀즈(Alison Knowlesㆍ1933-)가 1962년 당시 퍼포먼스‘Make a salad’를 직접 재연하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에 옷깃을 여며야 할 만큼 여전히 쌀쌀한 6월의 날씨도 이 곳에서만큼은 예외였다. 언리미티드 전시장 입구에는 순식간에 긴 줄이 늘어섰고, ‘초대받은 손님’들은 샴페인 잔을 든 채 부지런히 볼 키스를 나누며 열기를 더했다.

전세계 33개국 286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제47회 아트바젤이 16일 공식 개막에 앞서 언리미티드전 오프닝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바젤 사무국과 참여 갤러리들이 초청한 VIP 컬렉터들에게만 허락된 자리다.

일반인 관람객보다 VIP가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트바젤은 전세계 슈퍼 컬렉터들을 한 데 불러 모으는 세계 최대, 최고 아트페어로 정체성을 확립해나가고 있다. 특히 언리미티드 전시를 통해 단순히 미술품을 사고 파는 장터만인 아닌, 상업성과 예술성을 폭넓게 갖춘 동시대 현대미술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갤러리가 한 명의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언리미티드전은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는 장이다. 이 전시에는 미술시장에서 작품이 잘 팔리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미술사적으로도 의미있는 작가들이 엄선된다. 말 그대로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작가들이다. 올해에는 88개 작품이 출품됐다. 규모가 큰 조각, 회화부터 영상, 설치, 퍼포먼스까지 아울렀다.

올해 언리미티드전의 특징은 동시대 가장 핫한 작가들의 과거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는 점이다. 미국 팝아티스트 제임스 로젠퀴스트(James Rosenquistㆍ1933-)의 1982년 대형회화가 걸리는가 하면, 폴 매카시(Paul McCarthㆍ1945-)가 유명 만화 캐릭터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를 비튼 1994년작 ‘토마토 헤드(Tomato Head(Green))’가 다시 등장했다.

오래된 교과서에 낙서같은 드로잉으로 미국 역사를 풍자적으로 재해석한 마이크 켈리(Mike Kellyㆍ1954-2012)의 1989년작 ‘Reconstructed History’도 전시장 벽면을 채웠다. 1960년대 백남준의 계보를 이어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인 ‘플럭서스(Fluxus)’를 발전시킨 앨리슨 놀즈(Alison Knowlesㆍ1933-)는 1962년 선보였던 관객참여형 퍼포먼스 ‘Make a salad’를 직접 재연했다.

특히 최근 세계 미술계의 모던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20세기 초반 미니멀리즘 작가들도 잇달아 재조명됐다. 일본 개념미술가 에노쿠라 코지(Enokura Kojiㆍ1942-1995)가 나무와 쓰고 버린 엔진오일, 흰 천을 이용해 1978년 선보였던 설치 작품이 다시 나왔고, 미국 미니멀리즘의 거장 솔 르윗(Sol LeWittㆍ1928-2007)의 1993년작 ‘Black Styroform on the Black Wall…’과 1999년작 ‘Irregular Tower’는 미국 폴라쿠퍼갤러리ㆍ독일 콘라드피셔갤러리와 이탈리아 알폰소아르티아코 갤러리 2곳에서 각각 출품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가 양혜규 작가의 작품을 언리미티드전에 출품했다. ‘솔르윗 뒤집기(2015)’라는 타이틀의 블라인드 연작으로, 하나의 블라인드 군집이 높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형태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3개로 나뉘어 바닥에 더욱 가깝게 내려오는 형태로 변형됐다.

한편 아트바젤 측은 컬렉터 층을 세분화해 미술이라는 이름의 ‘명품’ 쇼핑에 있어 ‘선택받은 자’들의 즐거움을 더했다. 페어의 프리뷰 행사로 14일 열리는 ‘퍼스트 초이스(First choice)’가 그것이다. 역시 미리 초청된 VIP들만 들어갈 수 있는 자리로, 퍼스트 초이스 VIP 카드를 소지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갤러리 출품작들을 먼저 ‘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사실상 이날 판매가 갤러리 매출을 좌우한다. 이어 아트바젤 VIP 카드를 소지한 이들에게 전시장이 공개된다. 15일 언론을 포함한 미술계 전문가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베르니사쥬(Vernissage)가 끝나면 이튿날인 16일부터 19일까지 일반인 관람객들도 페어를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뉴욕 티나킴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박찬경 작가는 필름 프로그램을 통해 아트바젤에 참가했다. 14일 밤 10시 바젤 시립영화관(Stadtkino Basel)에서 개최되는 필름 프로그램의 단편영화 부문 ‘트라우마의 소리공간’ 전에서 안리 살라(Anri Salaㆍ알바니아), 마농 드 보어(Manon de Boerㆍ독일)의 작품과 함께 박찬경 작가의 대표작 ‘비행(Flying)’을 총 65분에 걸쳐 상영한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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