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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대한민국 재택 보고서 ①] “재택근무, 회사는 노는 줄 알아요”…끊임없는 상사의 카톡
-재택근무 늘고는 있지만, 한국사회선 아직 갈길 멀어

-재택근무를 효율성으로 보지 않는 경직문화가 걸림돌

-승진시 불이익, 각종 수당손해도 감수해야 하는게 현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일본 완성차 업계의 선두주자인 토요타가 오는 8월부터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서 근무하는 재택 근무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도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방법의 일환으로서 재택근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들은 대면 관계 중심의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고 일과 여가시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서지 않으면 재택근무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과 중견기업, 국책 연구소를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부분 또는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동부화재나 인터파크CS 등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이 주요 업무에 포함된 특성을 지닌 업계에서는 상시형 재택근무를 도입했고 한국IBM이나 듀폰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은 수시형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그외 프로젝트 형태로 업무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IT 개발사나 연구소 등에서 재택근무를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한국사회에서 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은 멀어 보인다. 재택근무를 하면 ‘노는 것’으로 간주하는 문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사진은 재택근무 이미지.

그러나 산업 전반으로 보면 재택근무 도입률은 높지 않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2015 스마트워크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 이용률은 전체 응답자의 9.2%에 불과했다.

재택 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에 대해서 18.7%의 응답자는 ‘일과 여가 구분의 모호함’을 들었고 ‘대면 인간관계 중심의 직장문화’라고 답한 응답자가 12.5%로 그 뒤를 이었다.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도입하고도 집에서 일을 할 경우 ‘노는 것’으로 보는 비뚫어진 시선이 가장 큰 문제다. 아이를 낳은 뒤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위해 수시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대기업 연구원 신모(32) 씨는 “근무 중에도 바로 눈앞에 아이가 있으니 심정적으로 안정돼서 일이 더 잘된다”면서도 “괜히 부장님이 내가 일을 안 한다고 의심을 할 것 같아 불안하고 업무적으로 실수하면 ‘집에서 일해서 그렇다’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더 끙끙대게 된다”고 털어놨다.

게임 개발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노모(27) 씨는 “재택근무 다음날만 되면 ‘잘 쉬었냐’고 묻는 상사 때문에 최근에는 가급적 재택근무를 신청하지 않는다”며 “전날 작업본을 다 넘긴 걸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인맥을 중심으로 조직이 굴러가다 보니 조직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일하는 재택근무자는 인사 평가에서도 밀릴까 전전긍긍해야 한다. 한 국책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황모(33) 씨는 일과 대학원 수업을 병행하기 위해 재택 근무를 선택했다.

황 씨가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밝히자 연구 책임자는 “평소에 조직 구성원들과 얼굴을 잘 익혀두지 않으면 나중에 정규직 연구원 채용할 때 인맥 상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조언을 했다.

황 씨는 “나중에 연구원을 그만두고 정시 출근을 해야 하는 다른 직장으로 옮기게 되니 남편이 마치 그동안 내가 놀다가 신입사원으로 출근하는 것처럼 기뻐했다”며 “재택근무를 백안시하는 시선은 회사 안팎에 존재하더라”고 했다.

수시로 메신저와 카카오톡으로 내려오는 업무 지시 역시 재택근무자들의 고충 중 하나다. 수시로 ‘띵똥 띵동’하며 카톡 문자가 전송되기 일쑤다.

5일 근무 중 이틀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이모(26) 씨는 “팀장도 내가 집에서 항상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업무 시간이 지난 저녁 시간에 갑자기 전화나 메신저로 수정 사항을 던진다”면서 “매번 밖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기 힘들고 밖에 있다가도 집에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작업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다음날 수정해도 되지만 이후 작업이 밀릴 것이라고 생각해 직원의 여가시간에 다시 작업 지시를 한다는 얘기다.

재택근무자들은 실제 경제적 손실을 입기도 한다. 노 씨는 “업무 시간이 딱 정해져 있지 않다보니 밤 늦게까지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재택근무는 야근 수당을 주지 않는다”며 “재택근무 때문에 근무시간만 제대로 인정 못받아 월급만 반토막났다”고 울분을 토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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