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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에 몰린 반기문 사무총장, ‘사우디 아동침해국 삭제 파문’ 해명에도 국제사회 공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아동인권 침해국 명단을 공개한 지 72시간 만에 사우디 아라비아를 제외한 것을 두고 9일(현지시간) 유엔 분담금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사우디 위협에 굴복해 명단을 수정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인권단체들과 미국의 주요매체들은 “돈 앞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9일 유엔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아동인권침해국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컨대 다른 나라가 유엔에 분담금을 철회했을 때 다른 아이들의 인권에 미칠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가입국의 권력 남용은 용납할 수 없다”며 “역대 결단 중 가장 고통스럽고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다”고 우회적으로 사우디를 비판했다.

반 사무총장은 즉시 비난을 받았다. 마크 터너 미국 국무부대변인은 “유엔은 국제기구로서의 권한을 수행하고 책임을 다해야 하는 조직”이라며 “지원이 끊기는 것이 두려워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유엔의 고위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반 사무총장의 선택이 “흑사병과 콜레라의 사이”에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들도 반 사무총장의 해명을 집중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물론 뉴욕타임스, 러시아의 RT 등 주요 매체들이 반기문 사무총장의 발언에 주목했다. CNN은 반기문 총장의 발언으로 “유엔 회원국이 앞다퉈 로비활동을 벌일 수 있다”며 “유엔의 신뢰에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인권단체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반기문 총장이 “유엔은 국제기구로서 국제평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앞장 서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며 “발언 하나로 유엔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기관으로 전락시켰다”고 적시했다.

압둘라 알 무알리미 사우디아라비아 유엔 대사는 “우리는 유엔을 압박한 적이 없다”며 “유엔 사무총장을 협박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우리는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알 무알리미 사우디 유엔 대사는 “우리는 사실에 입각해 보고서가 사우디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사우디는 예멘 아동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 분담금에 대한 발언도 일절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지난 2일 ‘아동인권 2015’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보고서의 아동인권 침해국 명단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72시간 만에 해당 명단에서 사우디가 빠지게 되자 국제인권단체들은 반기문 사무총장에 연대서한을 보내 명단 삭제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두 번째 임기 말년에 유엔의 유산을 해치려하고 있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지난해 예멘의 무력 분쟁으로 어린이 510명이 숨지고 667명이 다쳤다. 사우디 주도의 아랍연합군은 어린이 사상자 60%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적혀있었다. 또한, “학교와 병원 공습에도 아랍연합군의 책임이 절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이에 강하게 반발, 반기문 사무총장은 ‘사실’이 왜곡되는 것을 우려해 공동조사팀을 꾸려 사실관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6일 유엔사무총장 대변인은 아랍연합군을 아동인권 침해국에서 삭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이 아동인권 침해국 명단에서 기록을 삭제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보고서에만 해도 지난해 10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쿤두즈 지역의 어린이 병원을 공습한 사례가 언급됐지만, 아동인권침해국 명단에서 미국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보고서 초안에 있던 이스라엘과 하마스도 최종 보고서에서 삭제됐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반기문 사무총장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강한 압력을 받았다”며 “유엔 중동특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무장단체 하마스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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