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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열의 알쏭달쏭 의료상식] 폰없으면 불안 초조…‘스마트폰 좀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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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좀비, 스마트치매, 스마트폰강박증(테크노스트레스)…. 스마트폰이 진화하면서 인류앞에 출현한 새로운 질환들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 대부분은 스마트폰 알람을 듣고 일어나 음악을 켜고, 그날의 날씨와 스케줄 관리, 관심 있는 뉴스를 검색한 후 아침을 시작한다. 전화통화 외에 음악ㆍ영화 감상, 금융거래, 인터넷, 일정관리, 쇼핑은 물론이고 회사업무의 상당부분까지 이제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초반에는 안과질환이나 목디스크 등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 문제가 됐지만 이제는 전자파(와이파이)로 인한 폐해, ‘강박증’, 대인관계의 소외감 등 정신건강상 문제점도 심각하다.

최근 독일의 남부 도시 아우스부르크는 ‘스마트폰 좀비’(smartphone zombie)를 위한 신호등을 따로 설치했다. ‘스마트폰 좀비’는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길을 걷는 사람을 말하는 신조어다. 일종의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 도시는 지난 몇 년간 ‘스마트폰 좀비’ 때문에 교통사고가 급증하자 혼잡한 기차역 두 군데에 기존 신호등은 그대로 두고 횡단보도 입구 바닥에 작은 신호등을 일정한 간격으로 촘촘히 박아 놓은 ‘스마트폰 좀비용’ 신호등을 깔았다.

지난 2013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잭 나사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 사이에 스마트폰으로 인한 보행자의 부상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좀비’의 사고소식이 자주 뉴스를 장식한다. 도로교통공단 실험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걷는 보행자 20명 중 3명은 5m 거리에 있는 자동차 경적 소리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걸을 때는 시야도 좁아진다. 평소 시야각은 120~150도지만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을 때는 10~20도로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눈을 가리고 걷는 것처럼 돌발 상황과 장애물에 대처할 수 없게 돼 자칫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자파로 인한 유해성은 아직까지 논쟁거리이지만 새로운 결과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남성을 조사한 결과, 불임이 될 확률이 4배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는데, 이 남성들은 정자의 수와 질도 떨어졌다. 

스마트폰이 진화하면서 ‘강박증’, 대인관계의 소외감 등 정신건강상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소는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무선 주파수의 전자파를 잠재적인 발암추정 물질인 2B 등급으로 분류했다.

또한 국제암연구소(IARC)가 13개국 약 6400명의 뇌종양 환자들과 7600명의 정상 성인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비교분석해 휴대전화와 암과의 역학 관계를 조사한 결과 뇌종양의 발생과 휴대전화 사용시간의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하면서도 1640시간 이상 휴대전화에 노출된 경우에는 약간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장 심각한 건 두뇌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은 굳이 전화번호를 기억할 필요도 길을 찾는 수고도 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휴대폰이 나오기 전에는 전화번호와 이름을 매칭시켜 100여개 이상씩 외우고 처음 가는 길도 이정표만 보고 척척 찾아 가던 ‘총명한 두뇌’를 이제는 ‘편리함’이란 이름으로 더이상 쓰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스마트치매’로 가는 지름길이다.

더 심각한 건 스마트폰이 눈 앞에 보이지 않을 경우 나타나는 ‘강박증세’다. 이런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손안에 없으면 마치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이 느끼고 불안, 초조, 수면장애, 식욕부진 증상까지 나타난다.

대인관계는 더 심각하다. 사람들과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것보다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걸 더 편하게 느낀다. 그렇지 못할 경우 불안증상이 나타나면서 맥박이 빨라지는 빈맥, 손발 떨림, 원형탈모, 두통 등 여러 신체적 증상이 동반된다.

반대로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하지 못하거나 메커니즘을 따라가지 못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증상도 있다. 업무능력과 무관하게 첨단기기로 인해 제대로 된 업무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박탈감이 원인이다. 사회에 뒤쳐지고 있다는 두려움, 수면장애, 소외감, 무기력감, 권태감, 노이로제, 식욕부진 등이 주 증상이다. 심하면 회사를 그만두거나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현대문명이 가져오는 이런 신종질병을 극복하는 방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등 첨단기기들을 이용하더라도 항상 사용자가 주체라는 생각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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