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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역사를 쓴 2016년 美 대통령 경선…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클린턴 전 장관은 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뉴멕시코, 몬태나 등 6개 주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에서 몬태나와 노스다코타 주를 제외한 4개 주에서 승리를 거뒀다. 사실상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 레이스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클린턴 전 장관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됐다. 누가 권좌에 오르던 미국 정치사상, 그리고 국제정치사상 유례없는 정치 지도자가 세계의 경제 및 안보질서를 주름잡게 될 것이다. 이들의 향후 행보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지난 경선이 던져준 함의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저성장의 ‘뉴노멀’, 미국 정치의 뉴노멀 시대를 열다=

2016년 미국 대선 경선의 가장 큰 이변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부동산 재벌의 약진일 것이다. 불과 넉달 전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상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전문가들은 한 가지 변수를 잊고 있었다. 바로 ‘뿔난 민심’이다.

미국은 그동안 대외적으로 관여정책을 펼치며 시장자유주의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 저하와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정치 지도자와 경제전문가를 제외한 백인 제조업ㆍ노동직 종사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게 됐다. 미국 금융중심지이자 국내총생산(GDP)의 20%이상을 차지하는 ‘월가’와 일자리를 ‘경쟁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분노가 격해지면서 이들은 거리낌없이 자신들의 분노대상을 비난하는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클린턴과 경쟁을벌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이자 민주당 경선후보의 인기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금융중심의 경제구조에 환멸을 느낀 백인 청년혹은 중산층들은 기성정치인을 대표하는 클린턴이 아닌 샌더스를 택했다.

미국 정계의 아웃사이더는 트럼프와 샌더스의 인기 비결은 막말이 아니었다. ‘급진적인 경제 혁신’에 대한 미국 중산층의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美 권좌는 백인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샌더스는 소득 불평등 타파 등 사회민주주의 가치를 주창하며 미국 저소득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샌더스는 지난 3월 미국 10여 개 주에서 동시에 실시된 ‘슈퍼 화요일’에서 크게 패배하는 등 클린턴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정책에는 ‘인종’이 없었다.

지난해 볼티모어 폭동 사태를 비롯, 흑인을 향한 구조적인 폭력에 흑인들은 총기 규제 등 지원책을 촉구했지만, 샌더스는 흑인의 요구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 샌더스는 종기 규제 반대하는 법안에 찬성한 반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총기 규제를 약속하고 경찰폭력에 희생당한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등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 경선 네 번째 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CNN 여론조사에서 흑인의 4%만 샌더스를 지원한 반면 흑인 유권자들의 59%가 클린턴을 지지했다. 로이터/입소스의 지난 1월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가 얻은 흑인의 지지율은 클린턴 전 장관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히스패닉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계 48%가 클린턴을 지지하고 32%가 샌더스를 지지했다.

히스패닉 불법이민자를 강간범과 형사범으로 규정해버린 트럼프가 히스패닉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인 ‘라티노 디씨즌스’에 따르면 트럼프에 대한 히스패닉계의 호감도는 9%에 그쳤다. 유색인종이 많은 플로리다 주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호감’ 대결…누가 덜 실수하는지가 관건=

2016년 대선은 ‘비호감 전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월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의 비호감도는 각각 57%에 달했다. 이는 역대 대통령 후보들보다 높은 비호감도라고 USA투데이는 밝혔다.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유권자들의 지지가 견고하지 않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대대적인 유권자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각 후보가 정책 토론이 아닌 ‘네거티브전’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식상해질대로 식상해진 기성엘리트 정치인의 이미지가 과제다.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브룩스 칼럼리스트는 “힐러리가 인기가 없는 것은 재미가 없고 ‘워커홀릭’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고액 강연료와 이메일 스캔들 등 그간 대중에게 노출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식상함과 겹쳐 클린턴에 반대해 트럼프를 지지자가 속출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NBC 방송이 지난달 샌더스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서 클린턴이 아닌 트럼프를 찍겠다는 유권자는 전월조사 대비 7%포인트가 급증했다.

네거티브전에서 취약한 것은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뱉은 만큼’ 돌아오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등극한 트럼프는 지난달 멕시코의 국가기념일인 ‘신코 데 마요’를 맞아 SNS에 멕시코 음식인 타코를 먹는 사진을 업로드 했지만,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호감도는 여전히 10% 미만이다. 최근에는 멕시코계 연방판사를 비방한 대가로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잃어야 했다. 트럼프는 대학 사기 혐의 사건과 관련해 내부서류 공개 결정 및 법정 출석을 명령한 곤살레스 쿠리엘 샌디에이고 연방판사가 “멕시코계 판사이기 때문에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종을 명분으로 미국의 삼권분립 중 하나인 사법체계를 뒤흔든 트럼프에 발언에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은 비판성명을 내고 마크 커크 일리노이 상원의원은 지지를 철회했다. 이에 트럼프는 이례적으로 조심스럽게 유감표명을 해야 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대회는 기존 미국의 정치구도를 뒤엎은 역사적인 행사였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제정치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그 변화는 월가와 백인 노동자, 히스패닉 근로자 등을 모두 포함한 3억 1890여 명의‘미국민’ 손에 달려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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