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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1㎜의 구두뒤축 차이도 인정 않는 권력자들
조나단 스위프트가 1726년에 쓴 <걸리버 여행기>는 당시 영국의 현실정치를 통렬하게 비판한 풍자소설이다. 소인국 ‘릴리퍼트 제국’과 ‘블레푸스쿠 제국’은 지독하게 싸우는 앙숙이다. 전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우습다. 달걀을 먹을 때 뾰족 한 끝을 깨 먹느냐, 넓은 끝을 깨어 먹느냐가 이들 소인 왕국이 전쟁을 하게 된 배경이다.

릴리퍼트 제국에서는 대대로 달걀의 넓은 끝을 깨서 먹었다. 어느 날 황제의 아들이 달걀의 넓은 끝을 깨 먹다가 손가락을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황제는 ‘달걀의 갸름한 끝을 깨서 먹지 않으면 사형에 처한다’는 법률을 공표했다.

새로운 법에 불만이 컸던 국민들은 여섯 차례나 반란을 일으켰다. 그 결과 한 황제는 목숨을, 어떤 황제는 왕관을 잃었다. 반란은 언제나 블레푸스쿠의 군주가 선동했고, 반란이 진압된 뒤 반역자들은 블레푸스쿠로 망명했다. 릴리퍼트 제국은 번성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외부의 강력한 적과 함께 내부 분열도 극심했다. 이 나라에는 ‘트라메크산’과 ‘슬라메크산’이라는 두개의 당파가 있었다. 자신들이 신은 구두의 뒤축 높이에 따라 갈라진 정파다. 

‘낮은 뒤축당’ 소속인 황제는 행정부는 물론이고 황제가 하사할 수 있는 모든 직책에 ‘뒤축이 낮은 신을 신는 인사’만 임명했다. 당파간 대립도 극에 달해 서로 식사도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며 심지어는 대화도 하지 않았다. 수적으로는 뒤축이 높은 신을 신는 인사들이 더 많았지만 ‘낮은 뒤축’ 인사들이 모든 권력을 거머쥐고 있었다.

소인국 릴리퍼트의 정치상황은 현실에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정치지형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갈라져 죽기살기로 싸우는 집권세력이 딱 그 모양이다. 친박, 비박, 탈박에 이젠 낀박까지 ‘박’을 둘러싼 집권당의 분화는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집권세력 분열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뒤집어 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한 ‘미세먼지 대책’만 봐도 알 수 있다. 여러가지 이해관계와 목표가 충돌하는 정책을 수립할 때는 ‘컨트롤 타워’가 분명해야 한다. 이번 미세먼지 대책 수립 과정에 ‘컨트롤 타워’는 없었다.

특히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참패 이후 집권여당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새누리당 내 친박과 비박 세력은 단 1㎜의 구두 뒤축 차이도 인정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깔끔하게 헤어지는 게 맞다. 사실 갈라설 용기도 없는 세력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느 날 소인국 릴리퍼트 황궁에 불이 났다. 황후의 침실에서 시작됐다. 불길이 너무 거세게 번져 소인국 병사들의 힘만으론 끌 수 없었다. 그 때 주인공의 기발한 발상이 소인국 황실을 위기에서 구했다. 오줌을 누는 것이었다. 저자조나단 스위프트는 당시 영국의 현실정치를 향해 오줌을 갈기고 싶었는지 모른다.

황궁에 불길이 잡힌 후 릴리퍼트의 황후는 ‘치욕스러움’에 자기 침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건물로 이사를 갔다. 게다가 오줌을 눈 주인공에 ‘복수’를 결심했다. 자기를 구해준 사람에게 포상은 못 할 망정 복수라니…. 권력자들이란 참으로 어리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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