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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에 불어오는 비닐봉투 ‘제로’ 바람
-서울시, 환경의 날 맞이 비닐봉투 사용 줄이기 캠페인
-‘한살림’ 등 173개 매장 참여…“장바구니 꼭 가져오세요”
-마천 중앙시장 ‘전통시장 비닐 줄이기’ 캠페인 개최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마누라 대신 심부름 온다고… 깜빡하고 장바구니를 안 챙겨와 버렸네요. 다음에 꼭 챙겨올게요.”

계산대 앞에서 김모(47ㆍ남) 씨가 머리를 긁적인다. 계산대 점원은 웃으면서 달걀을 담아갈 수 있는 종이상자를 건네준다. “집사람한테서 여긴 비닐봉투가 없다는 말을 듣긴 했었는데 ‘그런 데가 어딨어’하는 마음으로 그냥 와봤다”고 말하는 김 씨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한살림 서울의 내부 모습. 매장엔 ‘비닐봉투’ 말곤 다 판다는 말이 있을 만큼 다양한 물건을 판매한다.

서울시는 지난 6일 환경의 날을 맞아 ‘비닐봉투 사용 줄이기’ 캠페인에 나섰다. 시는 이에 동참할 ‘비닐봉투 사용하지 않는 매장’을 공모, 한살림 서울을 비롯한 4개 단체 173개 매장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3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살림’ 매장. 서울시의 환경의 날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나선 이곳 업소가 궁금해 직접 방문, 모습을 살펴봤다.

‘한살림’ 매장은 ‘한살림 서울’ 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가게로 서울에만 59개가 있다. 매장은 과일과 농산물, 화장품까지 일반 종합 마트와 같은 제품들을 취급한다. 신선제품의 경우 생산지와 직거래로 유통되기 때문에 신선도가 더좋다.

한살림 서울 계산대 옆 공간에선 이용자들 대상으로 안 쓰는 장바구니를 기부받고 있다.

이곳이 일반 마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계산대에 ‘비닐 봉투’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비닐이 있어야 할 자리엔 종이상자와 장바구니만 가득했다. 한살림 매장은 이미 2008년부터 ‘비닐봉투 사용 줄이기’ 자체 활동을 벌여왔다. 이는 서울시 캠페인에도 먼저 나서서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실제 업소를 이용하는 손님 대부분은 어깨에 장바구니를 메고 있었다. 두 아이 엄마인 박은숙(41) 씨는 “신선한 제품을 사면서도 손쉽게 환경 보전에도 나선 느낌”이라며 “앞으로 이런 캠페인을 하는 매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8년째 몸담은 매장 점원은 “장바구니를 안 가져와 미안하다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감사하단 마음이 들 때가 많다”며 “2~3년 전만 해도 왜 비닐봉투가 없냐며 짜증 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전했다.

매장 총괄을 맡는 조현정 한살림 서울환경위원장 역시 “번화가보다 비교적 교통이 좋지 않은 위치인데도 하루 200~300명이 방문한다”며 “꾸준히 늘어나는 방문자를 보면 장바구니로 시작된 환경보전 움직임이 커지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천 중앙시장에서 열린 ‘전통시장 비닐봉투 줄이기’ 캠페인. 이날엔 새마을부녀회와 상인협회가 비닐봉투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는 136개 점포가 있는 송파구 마천중앙시장에서 ‘전통시장 비닐봉투 줄이기’ 이벤트도 함께 개최했다. 제1부 개회식에선 새마을부녀회와 상인협회의 ‘비닐봉투 적게 쓰기’ 등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제2부 캠페인 및 이벤트에선 장바구니와 관련한 일곱 가지 체험 부스가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나만의 장바구니 만들기를 포함해 장바구니 패션쇼 등 다채로운 활동이 시장 이용객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시민들에게 ‘장바구니 나눠주기’ 활동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서울시는 반응에 화답하기 위해 4000개의 장바구니를 준비해야 했다. 행사 당일 시장엔 비닐봉투 아닌 장바구니가 가득했다. 

‘비닐봉투 말고 장바구니 사용합시다!’ 시장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이순남 서울시 새마을부녀회장은 “시민분들의 깊은 관심에 감사하다”며 “전통시장에서부터 비닐봉투 사용 줄이기를 벌여 점점 규모를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선 시민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문화조성이 중요하다”며 “30일까지 이어질 교회 활용 비닐봉투 사용줄이기 캠페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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