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내일 현충일 ②] “전역 후 교통사고 전과가 있어서…” 유공자 못된 억울한 사연들
-노무자로 6.25참전 유공자, 현충원 안장거부
-전사하거나 상이 군ㆍ경만 국립묘지 안장
-상이등급 두고도 보훈처와 행정소송 벌여




[헤럴드경제=김현일ㆍ고도예 기자] 강모 씨의 아버지는 1951년 민간인 신분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행방불명됐다. 당시 탄약과 식량을 보급하는 노무사단 노무자로 전장에 뛰어든 강 씨의 아버지는 결국 2011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2014년 강 씨는 유공자가 된 아버지의 위패라도 국립묘지에 모시고자 국립대전현충원에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현충원으로부터 ‘아버지는 위패봉안 대상이 아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국가유공자라 하더라도 국립묘지에 안장되기 위해선 다시 별도의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때문에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당한 국가유공자 가족들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강 씨는 이에 불복하고 국립대전현충원을 상대로 대전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법원은 2년간의 심리 끝에 강 씨의 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일반 노무자 신분이었던 점을 들어 위패봉안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현행 국립묘지법 5조 1항은 ▲ 전투 중 전사했거나 임무 수행 중 순직한 향토예비군대원 또는 경찰관 ▲ 군인ㆍ군무원 또는 경찰관으로 전투나 공무수행 중 부상을 입고 전역ㆍ퇴역한 사람을 안장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강 씨는 ‘국가가 불가항력으로 유골이나 시신을 찾을 수 없는 전몰자 및 행방불명자는 영정이나 위패로 모실 수 있다’고 규정한 같은 법 6조 2항 1호를 근거로 “아버지는 위패봉안 대상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모든 행방불명자가 국립현충원의 위패봉안 대상인 것은 아니다”며 “5조 1항에서처럼 군인이나 경찰관인 경우에만 위패를 국립현충원에 모실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국가유공자라 하더라도 국립묘지에 안장되려면 별도의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조모 씨 역시 월남전에 참전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아버지를 2014년 국립묘지에 모시려다 벽에 부딪혔다. 아버지가 전역 후 저지른 두 건의 범죄가 발목을 잡았다.

아버지는 1985년 자동차 운전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어 1명을 사망에 이르게 해 집행유예를 받았다. 1995년엔 시계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다.

법원은 “범죄전력이 있어 국립묘지 안장 시 국립묘지의 영예를 훼손한다고 판단될 경우 안장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며 “망인은 국가를 위해 희생했지만 이후 저지른 죄질이 무거워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한편,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국가유공자로 등록하기 위해 상이등급구분 신체검사를 받는 사람은 매년 1만5000명 내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등급 외 판정을 받아 유공자 등록에서 제외되고 있다. 유공자로 등록하려면 1급~7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 등급별로 보상금 등 혜택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종종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한 소송도 벌어진다.

상이군인이었던 남편 박모 씨를 1982년 떠나 보낸 아내 정모 씨는 “한국전쟁 중 포탄 파편이 남편의 오른쪽 다리를 관통해 길이가 3㎝ 짧아진 채 고통 속에 살다 갔다”며 2014년 인천보훈지청에 등급신청을 했다. 인천보훈지청은 서면으로 고인의 신체검사를 진행해 가장 낮은 등급인 7급 판정을 내렸다. 이에 실망한 정 씨는 4급~6급에 해당한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생전 남편의 상태를 증명할 의무기록이나 진단서는 없었다. 법원은 한국전쟁 당시 박 씨의 병상일지와 군 기록만 보고 유추할 수밖에 없었다. 정 씨는 자녀들과 동네 주민들의 진술서까지 제출하며 등급 상향을 주장했지만 결국 증거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joz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