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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외자 1만명시대의 그늘 ①] “내몫 달라” 권리찾기에 나선 혼외자들…왜?
-친자소송 나선 혼외자들 승소비율도 높아

-친자 인정되면 다른 자녀들과 상속분 동일

-이미 상속 끝났어도 반환청구할 수 있어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최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혼외자 김모(57) 씨가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진 것을 계기로 숨어살던 혼외자들의 ‘상속재산 찾기’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유류분이란 상속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일정 상속분이 돌아가도록 법으로 정해진 몫이다. 현행 민법은 배우자와 자녀 등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1을, 부모 등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1을 유류분으로 인정한다.

혼외자가 자신 몫의 상속분을 받기 위해선 먼저 법적으로 친자라는 사실을 인정받아야 한다. 생부가 혼외자를 자신의 친자로 인정하고 관공서에 신고하면 그 효력이 발생하지만 친자 임을 부정할 경우 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혼외자들이 생부와 이복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친자 관계를 인정받고 상속재산의 일정 지분을 돌려받는 등 ‘권리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김 전 대통령의 혼외자는 이번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2009년 법원에 ‘인지청구 소송’을 제기해 2년 간의 법정 공방 끝에 친자로 인정받았다.

인지(認知)란 ‘부모가 혼외자를 자신의 자녀로 인정한다’는 뜻의 법률용어다. 따라서 인지청구는 혼외자가 부모를 상대로 자신을 친자로 인정해달라며 내는 소송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소송에서 이긴 혼외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가고 동시에 다른 자녀들과 동등하게 상속권을 갖는다.

이처럼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고 법원을 찾는 혼외자들은 매년 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인지청구 소송(1심 기준)은 2005년 247건에서 2014년 489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혼외자들의 승소 비율도 높다. 2014년 한 해만 놓고 봤을 때 원고가 이긴 경우(일부 승소 포함)는 234건(47.9%)에 달했다. 패소는 단 6건에 그쳤다. 중도에 양측이 합의하면서 소를 취하하거나 조정ㆍ화해하는 경우가 154건(31.5%)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혼외자가 재판에서 친자로 인정받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혼외자들이 생부와 이복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친자 관계를 인정받고 상속재산의 일정 지분을 돌려받는 등 ‘권리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이러한 친자확인 소송은 부모 사망 후에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부모의 사망을 안 날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효력이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혼외자 문제가 향후 상속재산 분쟁으로도 이어지는 만큼 실제 재판에서 부모의 사망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경우가 많다.

A(61ㆍ여) 씨는 지난 2013년 뒤늦게 생부의 존재를 알고 곧바로 인지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알고보니 자신을 그동안 키워준 아버지의 형, 즉 돌아가신 큰아버지 B 씨가 생부였다. A 씨가 두 살 무렵인 1952년 생부 B 씨가 사망하고 생모의 행방도 알 수 없게 되자 B 씨의 동생 부부가 A 씨를 거둬 친자로 신고하고 키워왔던 것이다.

그러나 A 씨는 대법원까지 간 끝에 친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소송 제기시점이 문제였다. A 씨는 B 씨의 사망 사실을 이미 1970년에 듣고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그때는 B 씨를 생부가 아닌 큰아버지로 알고 있었다.

A 씨는 “사망한 B씨가 생부란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안에 소송을 청구했기 때문에 아직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망을 안다는 것은 부모의 사망 사실 그 자체를 의미한다. 사망자와 친자 관계에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B 씨의 사망 사실을 안지 30년이 넘은 지금 소송을 제기한 것은 부적법하다”고 결론내렸다.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제소를 허용하면 상속 등의 문제로 오히려 가족관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2년의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재판에서 친자로 인정받은 혼외자들은 다음 단계로 이복형제들과 상속재산을 두고 소송전에 돌입한다. 이미 다른 형제들이 상속재산을 나눠가졌더라도 상속회복을 청구하거나 유류분 반환 소송을 통해 정당하게 자기 몫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혼외자인 K 씨 남매도 이복형제들과 대법원까지 가는 긴 재판 끝에 수십억의 상속재산을 되찾을 수 있었다.

K 씨 남매는 생부 사망 후 다른 형제들로부터 ‘생부의 기초재산이 총 600억원이고, 상속지분에 따라 받게 될 돈은 각각 6억8000만원’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이복 형제들은 그보다 많은 10억원을 줄테니 앞으로 상속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남매는 이러한 내용의 약정을 맺고 10억원씩 받았다.

그러나 남매는 아버지의 재산이 600억이 아니라 1400억원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복형제들이 혼외자인 남매가 생부와 교류가 없어 재산 규모를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속였다고 보고 혼외자 남매의 손을 들어줬다. 덕분에 K 씨 남매는 각각 유류분으로 애초 받은 10억원의 세 배인 30억여원과 주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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