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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외자 1만명시대의 그늘 ②] 신생아 100명 중 2명은 ‘혼인外 출생자’
-‘권력층 전유물’에서 ‘코피노’ㆍ해외입양까지 다양한 시대상 반영

- 2000년 5540명에서 2012년 1만명 넘겨, 전체 신생아 중 2%가 혼외자

- 코피노들,한국인 친부 상대로 잇단 소송…미혼모자녀 상당수는 입양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국내에서 태어나는 전체 신생아 100명 중 2명은 혼외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법상 ‘혼인 외의 출생자’를 의미하는 혼외자는 일반적으로 권력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혼모 자녀ㆍ코피노ㆍ해외 입양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면서 우리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 중 하나라는 평가도 나온다.

6일 통계청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5540명이었던 국내 혼외자 숫자는 지난 2012년 1만144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신생아 가운데 혼외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0년 초반 1~1.5%였지만 2010년 이후에는 2%대를 상회하고 있다. 신생아 100명 중 1명에서 이제는 2명이 혼외자인 셈이다.

최근에는 출산률 저하 여파 등으로 전체 혼외자 숫자가 2013년 9332명, 2014년 8459명으로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당분간 2%대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교적 가족 문화에 바탕을 둔 한국에서 혼외자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민법상 ‘혼인 외의 출생자’를 의미하는 혼외자는 일반적으로 권력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미혼모 자녀ㆍ코피노ㆍ해외 입양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면서 우리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 중 하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DB]



사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최고위층만 혼외자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돈만 있다면 상당수 남성들이 ‘두 집 살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이들 남성들의 축첩(蓄妾) 행위 등에 대해 대대적 ‘엄벌 의지’를 천명하면서 일반적인 혼외자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정ㆍ재계나 연예계 유명인사들의 혼외자 소식이 언론이나 소송 등을 통해 꾸준히 외부에 알려지면서 ‘권력층의 전유물’이라는 이미지가 굳혀져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출산율과 혼인율 감소, 동거 문화 확산, 해외 교류 증가, 남녀 성의식 변화 등의 원인으로 혼외자 문제가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에게서 외면 받은 코피노(Kopino) 역시 대표적인 혼외자 문제로 꼽힌다. 국제 아동단체와 필리핀 현지 교민단체 등은 코피노가 최소 1만명에서 최대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정확한 공식 집계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특히 코피노들이 친자녀로 인정받기 위해 국내 법원에 잇따라 소송을 내면서 후폭풍이 적지 않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초까지 총 6건의 ‘코피노 친자 확인’ 소송이 접수돼 진행 중에 있다. 전국 법원의 통계를 합하면 수십여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친부들 대부분은 코피노가 자녀인 점은 인정하면서도 양육비ㆍ교육비 등 아무런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아 소송에 휘말린 경우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입양 문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조사에서는 혼외자로 태어난 신생아 가운데 2~3%가 해외로 입양되고, 다른 6~7%는 국내로 입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모 자녀 10명 중 1명 꼴로 입양되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이 자국 아이들을 미국에 입양 보낸 나라로 집계된 바 있다.

특히 입양된 자녀들이 친부모를 찾으려고 해도 당사자들 대부분이 자취를 감추거나 정체를 드러내는 걸 꺼리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는 일이 부지기수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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