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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파리클럽 가입, 낙제에서 우등생으로의 환골탈태
한국이 국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the Paris Club)에 가입한다. 암울한 경제 지표만 줄줄이 발표되던 시점에 나온 오랫만의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은 빠르면 올해 안에 21번째 정식 회원이 된다. 이미 사전 준비는 다 이뤄졌다. 지난 2월 상하이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윤곽은 잡혔고 절차적인 문제도 협의를 마쳤다. 프랑스를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올랑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한국의 파리클럽 가입 의사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파리클럽은 대외채권을 많이 보유한 ‘세계 큰 손’ 20개국의 모임이다. 그래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 국가의 부도 여부를 판가름짓는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한국을 주요 채권국으로 인정하고 먼저 손을 내민쪽은 파리클럽이었다. 그동안 특별참여국이나 옵서버 자격으로 일부 협의과정에 참여하던 한국에 정식회원 참여를 제안했던 것이다. 사실 경제와 금융면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만만챦다. 오히려 가입이 늦은감도 없지 않다. 한국은 경제규모(GDP)는 세계 11위(1조3212억달러)이고 세계 6위의 수출대국이다. 18년간 무역흑자로 3725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쌓아놓았다. 해외에 빌려준 돈이 7307억달러(867조원)로 갚아야 할 3857억달러를 빼고도 3450억달러(약 409조원)나 남는다.

수치를 떠나 한국의 파리클럽 가입은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97년 외환위기로 국가 부도 사태를 겪었던 한국이 19년 만에 국제 사회에서 선진 채권국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낙제생에서 우등생으로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물론 실질적인 이익도 작지않다. 한국이 보유한 대외 공적채권의 회수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고 주요 채무국의 경제 동향과 전망, 민감하고 비밀스러운 정보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해외 채권 관리의 노하우를 쌓을 기회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외화 부채가 많은 신흥국들의 금융 불확실성이 높아질게 분명하다. 채무 상환 불능 사태에 직면하는 나라도 나올 확률이 높다. 이때 제 목소리를 내는게 중요하다. 앞으로는 그렇게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파리클럽에 가입했다고 우쭐대서는 안된다. 오히려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의무에대한 부담을 느껴야 한다. 한국은 아직도 많은 국제기구에서 필요에따라 때로는 개도국,신흥국으로 때로는 선진국으로 행세하며 의무는 멀리하고 혜택만 추구한다는 눈총을 받는다. 가장 모범적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한 사례와 노하우를 저개발국에 전파하는 역할에도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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